"창작은 곧 삶" 박칼린, 수원시합과 '영웅들의 무대' 함께 [인터뷰]
‘박칼린이 수원시립합창단을 지휘한다고? 과연 그 조합이 가능할까?’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득 채우고 지난 22일 오후 수원시립합창단 연습실에서 만난 박칼린 음악감독(56). 그는 연습이 끝난 지 20여분이 지났음에도, 단원들과 공유했던 열기와 에너지를 미처 가다듬지 못한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는 ‘꾸준한 창작’이다. 창작할 때 박 감독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작정 새로운 것만 시도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이번 공연에도 새로운 곡은 없어요.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해서 박칼린이니까, 박칼린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을 지속하는 게 핵심인 셈이죠.”
지난 30여년간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계,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신선한 시도를 선보였던 그에게도 국공립예술단과 협업하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부산시립무용단을 비롯한 공립예술단체와 같이 작업해본 경험은 있어도, 이번처럼 일정 기간 동안 오롯이 한 팀의 공연과 무대를 책임져야 했던 적은 없었다는 박칼린 감독. 그런 그가 수원시립합창단과 함께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사실 처음 합창단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해야 하는 음악, 내가 할 수 있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 쉽사리 승낙하지 못했죠. 하지만 수원시립합창단이 그간 보여줬던 색채에서 조금 비껴 서 있는 음악, 조금 비틀어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나만의 관점으로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용했어요.”
이어 박 감독은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았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맡았던 순간 말고도 삶의 궤적 속에 언제나 ‘합창’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고 말이다. 박 감독이 생각하기에 뮤지컬의 꽃은 합창과 군무를 통해 뮤지컬의 서사를 이끌며 끊임없이 생동감을 불어넣는 ‘앙상블’ 출연진들인데, 이들을 지도하던 때마다 언제나 출연진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과정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지 3주가량 지난 시점에서 박 감독은 서로 멀리 있다가 한 발짝 한 발짝씩 가까워질 때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단원들에게서 끌어내고 싶은 역량들이 단원들 각자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를 조율하고 극복하기 위해 부지휘자와 끊임없는 소통의 과정이 있었다. 굉장히 힘들게 연습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즐거웠다”고 밝혔다.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선보일 기획연주회 ‘Celebrate_Heroes & Nature’는 인류의 역사에서 각자 삶의 무대를 치열하게 살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위안을 선사했던 시대 속 수많은 영웅들, 그리고 그들의 곁에 맴돌았던 음악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박 감독에게 영웅은 어떤 이들일까. “많은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사람, 단 한 명이 전 국민을 상대로 큰 파급력을 행사하는 김연아 선수와 같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막 떠올랐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무대 위로 올리고 싶었는데, 마침내 이번 기회를 통해 실현할 수 있어 기뻐요.”
무대에선 미국 진출에도 성공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걸그룹 김 시스터즈의 ‘김치깍두기’부터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BTS의 ‘Dynamite’까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우한 대중문화 영웅들의 서사가 박칼린과 합창단원들의 하모니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던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도 준비돼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2014 소치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곡이었던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축구선수 손흥민의 응원가인 ‘Nice One Sonny’의 원곡 ‘Nice One Cyril’을 엮어 편곡한 작품 등 풍성한 감동이 무대 위를 수놓는다.
유튜브 조회수 100억뷰를 기록했던 핑크퐁의 ‘상어가족’이나 e스포츠의 자존심인 한국의 위상을 알 수 있는 2017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월드 챔피언십 공식 테마곡 ‘Legends Never Die’처럼 동시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넘버들도 다채롭게 셋리스트에 자리한 만큼 수원시합과 박 감독이 만들어내는 ‘영웅’들의 영향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파고들지 관심이 모인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머릿속에 가득했던 물음표는 이내 확신으로 바뀌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시립합창단인 만큼 매년 합창단원을 보러 오는 수원 시민들뿐 아니라 제가 온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실 분들도 있겠죠. 제가 지휘하는 모습이 기존에 이 합창단이 공연을 통해 익숙하게 보여주던 모습과 다소 다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매 순간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진지하게 준비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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