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바그너그룹 수장 체포령…프리고진 "군부 응징"

프리고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 처벌 원해"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발생한 러시아 군부와 용병그룹 수장 간의 갈등이 무력충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 정부는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반란 혐의로 체포 명령을 내렸으며, 프리고진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진격을 위협하며 군부에 응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과 부하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으며,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또한, 그는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 군부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처벌하길 원할 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아 줄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그는 바그너 그룹의 병력 2만5천명은 러시아군 지도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죽을 준비가 됐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의 야권 활동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안들을 향해 프리고진을 지지할 것을 권유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프리고진을) 도울 필요가 있고 필요할 때 우리도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의 반란에 형사입건으로 대응했다. 러시아에서 군사반란 혐의는 최대 20년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고리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이날 프리고진을 '군사반란'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크렘린궁 대변인도 크라스노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프리고진 입건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내 보안 조치는 한층 더 강화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국방부 등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도 모스크바 일대 주요 시설과 정부 및 운송 기반 시설의 보안 조처가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는 러시아 당국와 바그너그룹 간의 충돌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푸틴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국내 위기라고 내다봤다.

프리고진의 반기로 우크라이나전 전투의 선봉에 섰던 러시아 용병들이 정규군과 충돌하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군 전력에 커다란 흠집이 나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애덤 호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의 상황을 주시하고 이와 관련해 동맹국,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의도적으로 탄약 등 보급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