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살해, 동반자살… 자녀는 부모 소유물 아니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이미지 기자 2023. 6. 24. 14:05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
근래 며칠간 믿기 힘든 소식으로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했다. 감사원이 ‘출생했지만 출생등록이 안된 아이’들을 조사했는데, 2015년 이후 그런 아이가 무려 2236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의 1%에 가까운 수다.
그 중 23명을 추출해 추적 조사를 해보았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여러 명이 사망했고, 그 중 가히 영화에나 나올법한 엽기적인 영아 살해 사례까지 나왔다.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자녀 두 명을 살해하고 몇 년간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그녀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이유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세 명의 자녀가 있는데 또 다시 아이가 태어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까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 제 손으로 갓 태어난 본인의 자녀들을 살해했다는 말이다.
설령 경제적 여건이 정말 열악한 상황이었다 해도 여성의 변을 납득할 수는 없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 피임을 하고 임신을 하지 않았어야 옳다. 굳이 열 달을 품어 낳은 뒤 뒤늦게 살해할 게 아니고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연히 생명이다. 마치 마트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샀다가 반품하는 것처럼 쉽게 물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성은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그 생명을 제 손으로 영구히 반품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존속살해다.
그 중 23명을 추출해 추적 조사를 해보았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여러 명이 사망했고, 그 중 가히 영화에나 나올법한 엽기적인 영아 살해 사례까지 나왔다.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자녀 두 명을 살해하고 몇 년간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그녀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이유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세 명의 자녀가 있는데 또 다시 아이가 태어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까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 제 손으로 갓 태어난 본인의 자녀들을 살해했다는 말이다.
설령 경제적 여건이 정말 열악한 상황이었다 해도 여성의 변을 납득할 수는 없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 피임을 하고 임신을 하지 않았어야 옳다. 굳이 열 달을 품어 낳은 뒤 뒤늦게 살해할 게 아니고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연히 생명이다. 마치 마트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샀다가 반품하는 것처럼 쉽게 물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성은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그 생명을 제 손으로 영구히 반품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존속살해다.
● 동반자살? “자녀 살해”
이 정도로 엽기적이진 않지만 사실 아이의 생존권을 부모가 마음대로 박탈하는 존속살해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죽음을 꾀하는 일명 ‘가족 동반자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기자는 제주에서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연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 제정 기념 토론회에 다녀왔다. 보장원과 협회는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보도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을 담은 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 기자는 권고기준 제정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는데, 그 인연으로 이번 토론회에 초청을 받았다.
기준 제정 당시 위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개선을 강조했던 것이 바로 가족 동반자살 보도 문제였다. 흔히 이렇게 불리는 사건에서 자녀가 자율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이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자녀 동의 없이 부모가 먼저 자녀를 보내고, 본인이 따라서 죽음을 감행한다. 즉 제대로 이야기하면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이 정확한 표현이다.
당시 제정위원들은 이것이 가정 내 아동학대의 가장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라며 동반자살이라는 온정적인 표현으로 호도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의 결과는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에 주요 항목으로 반영됐다. 그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입니다. 이를 일가족 동반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 ‘자녀=부모 소유물’ 인식 여전
하지만 여전히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거나 자녀가 부모에게 종속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곳곳에서 보인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아동을 학대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와 아동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한 부모, 둘 중 누가 더 나쁘냐고 물으면 모두 전자라고 답한다”며 “후자에 대해서는 ‘부모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온정적 시선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나 후자 사례 모두 부모가 자녀를 살해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그 사유에 따라 어떤 경우는 용납할 수 있고 심지어 동정할 정도로 아직 우리 사회의 아동 생명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무디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기자도 별생각 없이 학생들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부모가 ‘덜 나쁘다’고 답했을지 모르겠다. 철저히 부모 중심적인 생각이다. 두 경우 모두 아이들은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삶을 박탈당했는데 말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동 훈육과 학대에 대한 시선도 한때 매우 보수적이었고 지금도 일부 그런 측면이 남아있다. 과거 ‘사랑의 매’로 대표되던 신체 학대는 많이 줄었지만,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자기 방식으로 키우려고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부모들은 여전히 많이 보인다.
몇 주 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수족관에 놀러 갔는데 통로를 막고 다른 관람객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그런데 상대 부모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날 선 한 마디뿐이었다. 이것도 역시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자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 의식이 반영된 것일 터다.
몇 주 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수족관에 놀러 갔는데 통로를 막고 다른 관람객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그런데 상대 부모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날 선 한 마디뿐이었다. 이것도 역시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자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 의식이 반영된 것일 터다.
● 조사 남은 2213명 무사하기를
부모에게 신고 의무를 전담시켜온 현 출생신고제도도 어쩌면 부모에게 또 하나의 권력을 쥐어 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가 출생신고를 포기해도 그를 적발하거나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아이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온전히 부모에 달린 셈이다.
사건이 화제가 된 덕분에 국회에서 잠자던 ‘출생통보제’가 뒤늦게 힘을 받고 있다.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정보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한 출생통보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정부와 여야가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로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법 통과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 시 출산과 임신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는 산모들이 오히려 음지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흔히 부모를 ‘보호자’라 한다. 보호자는 말 그대로 자녀를 보호하고 양질의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는 사람이다. 자녀의 길을 결정하고 지배하거나 강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관계, 그리고 아동이 독립적·주체적 개체라는 인식 역시 새삼 환기되기를 기대한다. 또 2236명의 ‘유령 아이들’ 중 앞으로 조사가 남은 2213명이 부디 안전하고 무사히 지내고 있기를 기원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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