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를 환경 파괴와 개발의 물결이 덮친다면
“지금처럼 멸종 계속되면 우리 자손들은 백조를 볼 수 있을까요?”
하늘에서 내려온 백조처럼 새하얀 로맨틱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군무(群舞), 차이코프스키의 우아한 음악과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가 만들어낸 우아한 춤….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를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2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백조의 호수’는 다르다. 모던 발레의 거장으로 널리 인정받는 프랑스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66)의 작품. 그는 이 클레식 발레의 걸작을 마법에 걸린 여인이 백조가 돼 살아가는 호수를 둘러싸고 개발과 보존의 논리가 충돌하는 현대적 이야기로 재창작했다.
공연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재창작의 이유를 묻자, 그는 “지난 50년 새 800종 넘는 동물이 사라졌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은 과연 백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저 역시 한 명의 아버지로서 다음 세대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질문하게 됩니다.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무엇을 물려주게 될까요?”
프렐조카쥬는 1990년대 초반 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로 활약했고 1995년 세계 무용계 최고의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훈했다. 그의 현대무용단 ‘발레 프렐조카쥬’는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 국립 안무 센터의 일부로 2006년 지어진 ‘파빌리온 느와르’에 상주하며 논쟁적 신작을 잇따라 세계에 내놓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우리 시대의 문제와 연결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담되, ‘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차이코프스키적 신비로움의 세계를 유지하면서 백조의 에로티시즘과 같은 원래의 상징들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발레리나들은 ‘백조의 호수’ 속 백조의 움직임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하는 토슈즈조차 신지 않는다. “무용수들은 토슈즈 없이 땅에 닻을 내리고, 그 땅을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대가의 기념비적 작품에 도전하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저는 스스로를 겁에 질리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것이 저를 늘 깨어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프렐조카쥬는 2018년 프티파 탄생 200주년 기념작 ‘고스트(Ghost)’를 안무하며 받은 영감을 발전시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살아있는 야생 백조를 보는 듯한 강렬한 군무가 인상적.
그는 “클래식 발레와 여성 무용수에 대한 클리셰를 모두 해체하는 2막 마지막의 백조 군무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백설공주’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온 그에게 다음 계획을 물었다. “아마도 ‘호두까기 인형’의 재안무일까요? 하하. 그건 안무가에게 늘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상상력의 원천인 차이코프스키를 계속 만나는 방법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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