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한강 다리에 설치된 ‘자살하지 마세요’ 표지판[청계천 옆 사진관]
변영욱 기자 2023. 6. 24. 11:00
백년사진 No. 24
▶100년 전에도 한강의 철교에서 뛰어 내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나 봅니다. 한강 다리 위에 일본어와 한글로 ‘잠깐만 정지하시오’라는 쓰인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표지판 앞 인도에는 갓을 쓴 성인 두 명이 각각 앉아 있거나 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한강 다리를 건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겠죠?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100년 전에도 꽤 있었나 봅니다. 오늘날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모습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하고 신문 지면을 더 훑어보았더 이사진과 조금 떨어진 지면에 관련 기사가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923년 6월 20일 하루 동안에만 자살하려고 한강 다리를 찾았다가 경찰에 발견된 사람이 무려 3명이나 있었습니다. 망설이며 한강 다리 위를 서성이던 40대 1명과 60대 2명 등 총 3명이 한강 근처 파출소 경찰관에 의해 발견되어 다행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사입니다. 병을 견디지 못해, 어린 아들의 병간호에 지쳐, 자식의 구박을 못이기어 자살하려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기사는 자살을 하려고 했던 3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를 모두 표시해 놓은 것이 눈에 띕니다. 지금과는 다른 보도 방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요즘은 신문에서 자살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0년 전 보도처럼 실명을 밝히면서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직설 표현을 하는 것이 것인지, 익명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우회 표현이 나은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생명이 더 보호되고 존중되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사진과 함께 용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을 통해 오늘을 생각해 보기 위해 동아일보 사진부에서 매주 토요일 연재하고 있는 백년 사진 코너입니다. 오늘은 1923년 6월 22일 자에 실린 사진을 골랐습니다.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으려는 표지판 사진입니다. 사진의 구도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눈 높이에서 보이는 그대로 찍어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오른쪽 철교 기둥의 수직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약간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왼쪽 화면의 넓은 하늘 모습도 지금의 사진기자들이라면 피했을 ‘불필요한 여백’입니다.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으려는 표지판 사진입니다. 사진의 구도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눈 높이에서 보이는 그대로 찍어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오른쪽 철교 기둥의 수직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약간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왼쪽 화면의 넓은 하늘 모습도 지금의 사진기자들이라면 피했을 ‘불필요한 여백’입니다.
▶100년 전에도 한강의 철교에서 뛰어 내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나 봅니다. 한강 다리 위에 일본어와 한글로 ‘잠깐만 정지하시오’라는 쓰인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표지판 앞 인도에는 갓을 쓴 성인 두 명이 각각 앉아 있거나 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한강 다리를 건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겠죠?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100년 전에도 꽤 있었나 봅니다. 오늘날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모습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하고 신문 지면을 더 훑어보았더 이사진과 조금 떨어진 지면에 관련 기사가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철교 자살- 미수자 또 3명 한강 철교에 빠져 죽으려 하는 사람을 재작 이십일에도 세 사람을 다행히 구하였다. 고양군 한지면 왕십리 임익수(49)는 신병을 견디지 못하여 고양군 룡강면 아현리 종지명(61)은 홀아비의 몸으로 어린 아들의 병 구원하기가 어려워 또 고양군 둑도면 신당리 한의소(61)는 자식의 구박을 못이기어 죽으려는 것을 소과인도교 파출소에서 발각하여 각각 간곡한 설유를 한 후 돌려보내었다더라. |
▶1923년 6월 20일 하루 동안에만 자살하려고 한강 다리를 찾았다가 경찰에 발견된 사람이 무려 3명이나 있었습니다. 망설이며 한강 다리 위를 서성이던 40대 1명과 60대 2명 등 총 3명이 한강 근처 파출소 경찰관에 의해 발견되어 다행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사입니다. 병을 견디지 못해, 어린 아들의 병간호에 지쳐, 자식의 구박을 못이기어 자살하려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기사는 자살을 하려고 했던 3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를 모두 표시해 놓은 것이 눈에 띕니다. 지금과는 다른 보도 방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요즘은 신문에서 자살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00년 전 보도처럼 실명을 밝히면서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직설 표현을 하는 것이 것인지, 익명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우회 표현이 나은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생명이 더 보호되고 존중되는 표현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사진과 함께 용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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