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알기 쉬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야기

이경원 기자 2023. 6. 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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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과정의 모든 것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고 한다. 당장 우리 수산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사능은 참 무섭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피폭됐는지 알기도 어렵고, 그러는 사이 우리 몸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괴담 선동이라고 맞선다.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여야가 거친 말을 주고받은 게 벌써 몇 달 째다.

정치권 갈등은 거세지만, 실제로 오염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정화 과정을 거쳐 어떻게 방류되는지 세세히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오염수 관련 뉴스만 봐도 그렇다. 삼중수소, 알프스, 핵종, 베크렐, 밀리시버트… 어려운 말들이 넘쳐난다.

맥락을 읽는 재미를 지향하는 '뉴스쉽'은 오늘 오염수 생성에서 방류까지 13년의 궤적을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풀어써보려고 애썼다. 독자 분들이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적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현재 모습

참사의 서막

"큰일 났습니다! 폭발 사고가 났어요!"

동일본 대지진 다음 날인 2011년 3월 12일. 요시다 마사오 후쿠시마 원전소장의 다급한 목소리는 녹취록으로 남아 있다. 21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 후쿠시마 참사의 서막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측은 전날인 11일, 큰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원자로 작동을 급히 정지시켰다. 매뉴얼 대로였다. 그런데 지진 52분 뒤, 높이 13m의 쓰나미가 발전소를 덮쳤다. 발전소 설계 당시 예상했던 쓰나미 높이는 5m. 이를 3배 가까이 넘기는 거대 해일이었다.

결국 원전 안에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가 침수됐다. 원자로 안전을 유지하는 최소 전력마저 사라진 블랙아웃 상태. 전기가 없으니 냉각수 펌프도 작동을 멈췄다. 원자로 노심은 무척 뜨겁기 때문에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를 계속 부어줘야 한다. 그런데 냉각수 주입이 멈춘 것이다. 노심 온도는 1,200℃까지 올라갔고, 기존 냉각수는 열기 때문에 다 증발해 버렸다. 방호벽 역할을 하는 철제 압력용기마저 녹았고, 구멍까지 뚫렸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핵연료 온도가 너무 올라가게 되면 수소를 만드는 데, 이 수소가 고온 고압의 상태를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발전소는 폭발하고 말았다.

3월 12일 오후 3시 36분, 원전 1호기 폭발.
3월 14일 오전 11시 1분, 원전 3호기 폭발.
3월 15일 오전 6시 14분, 원전 2호기 폭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모습


폭발 이전에 바닷물이라도 끌어와 원자로를 식혔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도쿄전력은 쉽사리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30시간 가까이 망설였다. 원자로는 예민한 장비다. 소금물을 원자로에 집어넣으면 그 원자로는 폐기 처분된다. 원전 손실 막겠다며 바닷물 유입 결정을 미룬 게 이 같은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원전을 지키기는커녕, 천문학적인 피해로 이어진 소탐대실의 판단이었다.

요시다 원전소장의 증언록은 당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휘체계는 무너졌으며, 그 누구도 적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요시다 소장은 2013년 7월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오염수의 탄생

원전 폭발은 원자로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조사위원회(UNSCEAR)가 발표하는 「2020/2021 리포트」에는 당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얼마나 유출됐는지 추정한 결과가 담겼다.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은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삼중수소 등인데, 이 가운데 세슘-137은 배출량이 가장 많고 측정이 쉬워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했다.
- 후쿠시마 폭발 직후 석 달 기준, 바다에 직접 배출된 세슘-137의 양 : 3천 조~6천 조 Bq(베크렐).

- 대기로 배출된 이후 바다 표면에 침전된 세슘-137의 양 : 5천 조~1경 1조 Bq.

이걸 합치면 8천 조~1경 7천 조 Bq. 2023년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안에 담겨 있는 세슘-137의 양이 5,341억 Bq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의 1만 5천 배에서 3만 2천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불과 석 달 동안, 이 엄청난 양의 세슘이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다.

석 달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원자로에는 처리되지 못한 방사능 잔해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치우기도 어렵다.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서 사람이 근처에 갈 수조차 없다. 실제 2015년 4월, 도쿄전력은 로봇을 투입해보기도 했지만 투입 5시간 만에 로봇이 고장이 났다.

2015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격납용기에 처음으로 투입된 로봇(위). 지름 10cm 정도의 배관으로 집어넣고, 안에선 ㄷ자 모양으로 변신해 방사능을 측정하고 내부를 촬영했다. 아래 사진은 로봇이 촬영한 원자로 내부 사진. 방사선량이 시간당 24.9Sv라고 써져 있는데, 인간의 '연간' 방사선량 한도의 2만 5천 배 정도 수치다. 보통 피폭량이 10Sv를 넘어가면 중추신경 마비로 1~2일 내에 사망한다.


원자로는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도쿄전력은 이를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냉각수를 부어왔고, 그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섞인 물들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를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냉각수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물은 사방에서 흘러 들어갔다. 비가 오면 원자로에 빗물이 샜다. 특히, 지하수는 산을 타고 후쿠시마 원전 지하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 갔는데, 폭발 사고로 원자로는 균열이 많이 생겼다. 지하수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고, 그렇게 핵연료와 지하수가 만나 방사성 물질 가득한 오염수가 됐다. 보통 하루 1,000t의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갔는데, 이 가운데 400t이 원전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이 올 때는 더 심각해졌다. 2013년 9월 16일, 태풍 마니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리고, 그렇게 오염수가 급증하자 도쿄전력은 물 1,300t을 바다에 방류하기도 했다. 당시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갔는지는 추정치도 없다.

도쿄전력은 부랴부랴 강철벽을 만들어 방류를 막고 쌓이는 오염수를 수조에 보관했지만, 늘어나는 오염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 대안은 철제 탱크였다. 우리가 후쿠시마 원전 뉴스를 볼 때 가장 많이 봤던 탱크다. 2023년 6월 현재까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33만t 정도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탱크

이제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한 일본은 2021년 4월, 해양 방류 방침을 전 세계에 공표하며 방류 수순에 돌입했다. 그간 알음알음 방류했던 오염수를, 국제사회의 공인을 얻어 합법적으로 방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오염수 방류 프로세스

일본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방식대로 하면 환경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수산물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쿄전력은 오염수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어떻게 제거하고, 어떤 방식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것일까.

오염수를 모아 정화를 거쳐 방류하는 전 과정을 그래픽으로 나타내봤다.


먼저 ①번. 오염수가 발생하는 단계. 이미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주로 지하수가 원자로로 새어 들어가고, 핵연료와 접촉하면서 오염수가 생겼다. 도쿄전력은 하루 평균 90t의 오염수가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다. 오염수는 오염처리설비를 거쳐 ②번, 오염수 탱크로 이동한다.

그런데 오염수들이 계속 탱크 안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염수 저장 탱크들은 수많은 배관들로 연결돼 있고, 오염수에서 방사성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과정을 거치도록 설계돼 있다. 언론에 많이 나왔던 다핵종제거설비, ALPS가 그 역할을 한다.

위 그래픽 ③번에 있다. 초기에는 기설 ALPS에서 그 일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증설 ALPS가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탱크 안에 있는 오염수 대부분은 이런 처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하지만, ALPS 장비가 있다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가령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은 오염수의 경우, ALPS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더라도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많다. 오염수 방류 반대의 주요 논거가 됐다.

특히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담겼는지 측정하려면 샘플조사를 해야 하는데, 탱크마다 방사성 물질 양이 천차만별이라,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일본은 오염수 탱크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비슷하게 맞추는 대책을 내놨다. 오염수를 '균질화'시키는 방안이다. 농도가 매우 높은 오염수와 비교적 낮은 오염수를 섞어주면 정화 작업도 수월해지고, 특히 샘플 조사의 신뢰도도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그 역할은 ④번 K4 탱크에서 담당한다.

K4 탱크의 모습


K4 탱크에서는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빈 탱크로 끌어온 뒤, 교반 장비와 순환 펌프를 사용해 섞는 '로테이션' 과정을 거쳐 들쑥날쑥한 오염수를 균질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 뒤 물이 방출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해 샘플을 채취해 측정하고, 기준을 충족하면 이송 펌프를 통해 다음 단계로 넘기는 식이다.

즉, ALPS로 걸러진 오염수를 한데 섞어 방사성 물질 농도를 비슷하게 맞춘 뒤, 이걸 다시 측정해 기준치를 넘으면 또다시 ALPS 과정을 거치고, 기준치를 넘기지 않으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기준이 충족되면 오염수는 ⑤번 배관을 타고 바다 쪽을 향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는 ALPS 장비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오염수 방류 논란에서 삼중수소 문제가 자주 거론된 이유이기도 하다.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나왔다. 삼중수소가 유기물질과 결합하면 유기결합삼중수소(OBT)가 만들어지는데, 그간 OBT가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류 학계에서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 때문에 삼중수소와 관련해 엄격한 국제적 기준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시는 물의 삼중수소 기준을 1ℓ에 1만 Bq로 권고하고 있는 게 눈에 띄지만, 한국의 경우 음용 기준은 없고,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을 1ℓ에 4만 Bq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기준은 1ℓ에 6만 Bq인데, 일본은 삼중수소를 1,500 Bq 정도로 바닷물에 희석시켜 배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의 ⑥번이 삼중수소를 희석시키기 위한 바닷물이 모이는 곳이다.

희석용 해수가 유입되는 수조


그렇게 유입된 바닷물은 배수관을 타고 ⑦번 수조로 보내진다. 처리된 오염수와 바닷물이 섞이는 공간이다.

여기서 삼중 수소를 측정해 기준에 맞으면 ⑧번 해저 배수터널을 거쳐, 해안선에서 1km 떨어진 지점의 방출구, ⑨번에서 최종적으로 방류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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