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미친’ 스케치 코미디 인문개의 밈사이드 ⑤
봐도 또 봐도 웃기다. 소름 돋는 싱크로율에 “이 사람 어디서 봤는데”라는 말 절로 나오게 하는 스케치 코미디. 그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최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누군지 잘 모르겠는 이들이 공중파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들의 등용문이자 성장 동력이 된 건 유튜브다. '피식대학’(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숏박스’(조진세, 김원훈, 엄지윤), '별놈들’(나선욱, 황인심, 장영호) 등이 유명한데 그중 피식대학은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까지 수상했다. 이들의 주력 콘텐츠는 생소할지도 모르는 이름의 '스케치 코미디’.
철 지난 만우절 취급 받던 스케치 코미디는 어떤 수로 우리의 재생 목록에 다시 올랐을까. 우선 스케치 코미디는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2030의 콘텐츠 소비 감각과 맞물렸다. 2011년부터 방영된 'SNL 코리아’는 그 과도기를 거쳤다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한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활발해지던 당시, 많은 SNS 유머 계정은 SNL 코리아 방송 영상 일부를 잘라 자신의 계정에 불법 공유했다. 페이스북 등 SNS 환경엔 수십 분보다 수분짜리 영상이 최적화돼 있었기 때문. 그러다 '숏폼’(60초 이하 영상)을 유통하는 SNS인 틱톡과 유튜브 '쇼츠’가 등장했다. 대다수 인기 영상의 길이는 수분에서 수초로 줄어들었고 짧은 스케치 코미디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졌다.
숏폼 시대 스케치 코미디는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다. 스케치 코미디 재발굴의 중심엔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 폐지로 갈 곳을 잃은 신인 코미디언이 있다. 인지도가 있는 코미디언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그만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신인 코미디언을 불러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본인을 대중에게 알릴 창구가 SNS 뿐이었던 것이다. 구독자와 시청자의 수에 따라 수익이 생기는 구조도 스케치 코미디의 폭발적 증가에 한몫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청자 니즈를 반영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것. 영국의 '몬티 파이튼’(1975) 같은 고전 스케치 코미디도, 체계적 빌드업과 말장난을 기반으로 한 '하이 개그’도 SNS 시장에선 어렵다. 하이 개그를 이해할 시간에 그 다음 영상으로 넘겨버리기 십상이기 때문. 이런 이유로 모두가 아는 상황을 기반으로 코미디를 전개하는 게 제작자도 시청자도 서로 편하다. 일상을 소재로 한 스케치 코미디가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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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유튜브 피식대학 쿠팡플레이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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