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혁신의 길', 낭떠러지 혹은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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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사명 중 하나는 '혁신'이다.
혁신이란 쉬운 말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가는 일이다.
예술가들이 시도하는 혁신의 앞길은 낭떠러지일지 꽃길일지 아무도 모른다.
서양 회화사에서 작가들이 일군 혁신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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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예술가들의 사명 중 하나는 '혁신'이다. 혁신이란 쉬운 말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가는 일이다. 그건 용기다.
이런 점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고독하다. 두려운 일을 하는 것이다. 시인 박노해도 이렇게 노래한 적이 있다.
'모든 새로운 길이란 /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예술가들이 시도하는 혁신의 앞길은 낭떠러지일지 꽃길일지 아무도 모른다.
현대회화에서 이룬 혁신의 사례를 열거해 본다.
미국의 앤디 워홀(1928~1987)은 메릴린 먼로의 사진에 컬러를 입혀 실크 스크린으로 찍어냈더니 대중들은 열광했다. (1962)
프랑스 출신 마르셀 뒤샹(1887~1968)은 전시장에 남성 소변기를 갖다 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여 세상을 경악시켰다. (1917)
러시아의 카지미르 말레비치(1878~1935)는 캔버스를 까맣게 칠한 뒤 '절대주의'라고 선언하며 '검은 사각형'으로 제목을 붙였다. 경매에 나온 적은 없지만, 1조 원의 값어치로 추산할 만큼 미술의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1915)
물론 이들은 성공의 사례다. 수많은 사람의 시도는 묻히거나 잊혔다.
서양 회화사에서 작가들이 일군 혁신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근. 현대 미술만 보더라도 인상주의, 입체주의, 야수파, 표현주의 등에서처럼 어떤 유파를 형성했다는 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시도를 해 성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풍경화에서 일찍이 혁신을 달성한 경우를 보자.
풍경화는 화가들이나 구매자들이 경시하던 영역이었다. 역사화, 신화화, 초상화 등의 그림들이 인정받던 시대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의미 있는 풍경화가 등장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델프트 풍경'(1661)과 야코브 반 라위스달(1629?~1682)의 '하를럼 풍경'(1675)이 대표적이다.
역사화나 신화화 등에서 스토리의 배경으로 이상적인 풍경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 아닌, 실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사실 이 무렵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풍경화를 거의 그리지 않았다.
두드러진 점은 그림의 반 이상을 하늘로 채웠다는 점이다. 하늘을 시원하게 그려 다른 부분도 넓게 보이게 했으며, 구름의 크기로 원근법을 표현해 그 아래의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게 했다.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는 현대소설의 새 지평을 연 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델프트 풍경'을 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 두 그림은 지금도 풍경화의 역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으로 남았다. 기존의 관행을 넘어서는 새로운 성취였다. 다만 이 두 화가는 생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뒤늦게 발견돼 높이 인정된 화가들이다.
새롭게, 다르게 보는 일은 남거나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의 시작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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