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받기 싫어, 근데 외로워요"…이런 사람들 '여기'로 몰린다

배규민 기자, 이소은 기자, 김평화 기자 2023. 6. 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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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1인가구 新주거문화]1회-①
[편집자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수억원씩 요동친다. 빌라 전세를 계약하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을지 전세사기를 걱정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져 월세부담도 높아졌다. 모든 주거유형이 불안한 상태, 대안이 필요하다. 10가구 중 4가구는 혼자 사는 세대, 출산율은 0점대로 떨어졌고 국민들의 평균 나이는 매년 높아진다.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 공간을 지키면서도 공유할 수 있는 건 공유하고 함께 활동하며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있다. 단순히 먹고 자는 '집'을 넘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대안 주거문화를 제시한다.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 서초 393의 2층 공용 라운지. 평일 오후 시간이었는데 흔들 의자에 앉아 쉬거나 긴 테이블바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제공=배규민 기자
#요리사인 30대 A씨는 직장과 가까운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한다. 공유주방에서 요리 강의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입주자들과 함께 먹는다. 개인 사업을 하는 그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입주민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과는 사업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도 이야기한다. 텐트와 화로가 있어서 와인 한잔 하기 좋은 루프탑은 그의 최애 장소 중의 하나다.

#대학강사인 30대 C씨는 일에 더욱 몰두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다른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 더욱 능률이 올라간다는 그가 찾은 곳은 코리빙을 적용한 워케이션 시설. 근무시간엔 1층에 마련된 워크라운지로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엔 함께 머무는 투숙객들과 주변 바닷가를 산책을 하거나 저녁을 먹는다. 방해 받기 싫지만 외롭고 싶지도 않았던 그에게 안성맞춤인 일상이다.

#50대인 B씨는 인생 2막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코리빙하우스가 마을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3층에 직접 거주를 하면서 1층엔 상가, 2층은 숙박시설을 운영한다. 주거와 경제활동을 동시에 해결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주민과 제주 원주민, 관광객이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들어낸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다양한 주거형태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 받는 것이 코리빙(CoLiving)하우스다. 함께, 또 따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쉐어하우스가 개인공간이 있고 주방과 거실 등 필수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라면, 코리빙하우스는 그 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카페, 운동 공간, 테라스, 미팅룸, 루프탑 등 다양한 특별 공유공간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716만6000가구)를 차지한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인 젊은 층이 19.8%로 가장 높지만, 70세 이상이 18.1%, 30대도 17.1%를 각각 차지해 전 연령층이 골고루 분포해 있다. 이 숫자는 점점 높아져 2030에는 35.6%, 2050년에는 39.6%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즉 10가구 중 4가구는 1인가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코리빙하우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혼자는 싫지만, 그렇다고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는 1인 가구의 마음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가 서울, 강원도 고성, 제주 등 전국 코리빙하우스의 입주민을 만나 본 결과 1인 가구도 혼자가 아닌 느낌이 필요했다. 입주민들은 "같이 살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교류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공통으로 말했다.

즉 개인공간이 별도로 있지만 같이 식사하거나 모임을 하거나 업무를 하거나, 누군가와의 '느슨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코리빙하우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안전이 보장되고 편한 커뮤니티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적당히 누군가와의 교류가 가능한 거주 형태라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컸다. 한국의 에피소드, 영국의 그래비티 코리빙, 일본의 셰어 하우스 180, 스페인의 코임팩트 코리빙, 호주의 캠퍼스 퍼스, 독일의 포하 하우스 등 7개국의 7개 코리빙사가 가입해있는 WCM이 지난해 8월 5개국 총 462명의 코리빙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리빙 생활 중 가장 얻고 싶은 1위는 바로 '새로운 경험'(78.8%)이었다.

이어 소셜 네트워킹의 확대(58.9%), 비용절감효과(57.6%) 순으로 나타났다. 비용을 아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미 활동,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 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의미다. 공용 공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라운지, 루프탑 등 휴식공간과 공용 업무 공간이었다.

건설사별로 아파트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물리적인 건물 안에 들어갈 콘텐츠인 '주거 브랜드'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시대를 겪으면서 코리빙을 접목한 워케이션(일+휴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는데 공급이 부족해 관련 시장도 커질 수 있다. 코리빙하우스는 주거, 일, 놀이, 복합 네트워크가 어우러져 있는 데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마저 낮아진다면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리빙하우스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영·관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운영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운영·관리 없이 입주민 자발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가능하고 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대기업의 코리빙하우스 시장이 진출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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