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정보 제출 '나몰라라'…"왜 찾아왔나" 경찰에 큰소리 치는 성범죄자들

신상정보 등록 위반 성범죄자 증가…'소재 불명' 공개 대상자도↑
"강제성 느껴" 진정서 쓰기도…"경찰 지시 따를 수 있도록 법 개정해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상아 수습기자 = #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A씨는 주민등록 주소지에 적힌대로 부산 해운대구 성범죄자의 집을 방문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알고 보니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서울로 이동해 대면 점검까지 한 그는 "주소를 거짓 등록하는 이들을 추적하기에는 수사 여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업무를 맡고 있는 B수사관은 등록 주거지를 찾았지만 매번 성범죄자를 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웃에게 탐문했다. 그런데 성범죄자가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성범죄를 저질러도 본인의 정보를 알리지 않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신상정보 등록 위반으로 입건된 성범죄자는 2018년 3771명에서 지난해 5458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변경 정보 등록을 위반한 이도 같은 기간 2497명에서 3861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을 등록하지 않은 성범죄자들도 동기간 75명에서 365명으로 약 5배 급증했다. 소재불명자 또한 2016년 44명에서 2020년 120명으로 늘어났다.

신상공개 및 고지는 재판부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 공개를 명령하면 피고인이 정보를 제출해야 하고, 경찰과 법무부를 거쳐 여성가족부에서 정보를 '신상정보 알림e' 사이트에 게재하고 관리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개명하거나 이사 및 이직을 하면 바뀐 정보를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경찰서에서 직접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제출한 정보의 진위 및 변경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상자가 거주지에 찾아온 경찰의 지시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 평가연구에서 신상정보 관리 수사관 38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246명(63.4%)이 현장 확인 시 대상자의 면담 거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 대상자 3명 중 1명꼴이 성범죄자로부터 욕설이나 협박,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B수사관의 사례처럼 경찰 관리에 강제성을 느낀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어 청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신상공개 대상자 관리의 법률적인 모순에 따른 경찰관들의 외적 스트레스에 더해 등록대상자 증가로 인한 업무 과중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신상정보를 관리하는 경찰관 1명당 담당 등록대상자수는 2016년 16명에서 2020년 27명으로 증가했다.

신상정보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미미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C씨에게 항소심에서 7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한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내렸다. 1심보다 공개 기간이 3년 줄었다.

C씨는 건물에 침입한 뒤 강제추행 및 상해를 가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바뀐 신상정보를 2차례에 걸쳐 제출하지 않았다.

과거 성폭력 전과까지 있던 C씨는 누범 기간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지만, 가중된 형량보다는 왜곡된 성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김지선 연구원은 "보충 경력보다 등록 대상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업무가 가중된 상태"라며 "경찰이 등록 정보 진위 및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반드시 경찰 지시에 응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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