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킬러'도 있다…"시험 문제 죄다 교과서 귀퉁이서"[대치동 리그]
"전담학원·과외로 대비할 수밖에"…수학 1과목 과외만 월120만원
[편집자주] 1980년대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싼 집값. 서울 대치동에 처음 학원이 모여든 이유는 간단했다. 이후 대치동은 '강남 8학군' 고등학교와 입시제도 변화 등을 등에 업고 '사교육 1번지'로 성장했다. 그런 대치동이 최근 정부로부터 '사교육 카르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킬러문항 대비'를 앞세워 수강생을 모으고 수능 출제위원 출신을 사설 모의고사 출제진으로 영입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대치동 리그'의 단상을 들여다봤다.
(서울=뉴스1) 서한샘 남해인 기자 = A기자는 고등학교 시절 한국사 선생님이 좋았다. 열정이 넘치는 데다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 식으로 한국사 면면을 풀어나가니 학교 수업에서는 '흔치않게' 재미를 느꼈다. 공부도 선생님이 들려준 스토리를 복기하는 식으로 했다.
그러나 내신 시험을 칠 때부터는 한국사 선생님을 좋아할 수 없었다. 교과서의 귀퉁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더 보기' 꼭지에서 죄다 출제가 된 것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의 스토리는 온데간데없었다.
A기자가 받아든 한국사 내신 시험 점수는 43점. 어떻게 알았는지 '더 보기'를 섭렵한 친구들이 상위 등급을 가져가고 나니 3등급이란 성적이 눈앞에 남아있었다. 그나마 선방했다고 해야 할까.
A기자는 그날로 내신 대비 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시험 전날인데 아직도 못 본 '더 보기'가 쌓여있는 꿈을 아직도 꾼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모처 회의 공간에서 만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은 하나같이 내신 대비 학원을 다닌 경험을 털어놨다. 정시를 준비했든 수시 전형을 준비했든 내신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못지않게 고등학교 내신 시험의 화두도 '변별력'이다. 학구열 높은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강남 등의 고등학교들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물론 전반적인 시험 난도를 갈수록 올렸다. 이 때문에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수능·논술 대비를 위한 학원은 대치동에 몰려있지만 내신 대비만큼은 각자의 동네에서 각개전투를 했다.
각 동네 고등학교 내신 대비를 전담하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다. 이런 학원에서는 학교의 몇 년치 시험 족보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해당 고등학교의 출제경향을 꿰뚫어보고 있다. 학교별로 꾸려진 반에서 학생들은 학원 강사가 출제경향에 따라 만든 문제를 풀고 분석 강의를 들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B기자는 "이런 학원에 안 가면 그만큼 내가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많았다"며 "내 힘으로 온전히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내신 시험은 더 심했다. C기자가 다닌 자사고는 매일 오후 4시까지 정규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들이 직접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심화 수업을 진행했다. 1학년 때는 한달에 1번씩 토요일에 학교를 나와 선생님들이 만든 모의고사로 시험을 치러야 했다.
빡빡한 교육과정 뒤에 따라오는 것은 살인적인 난도의 내신 시험이었다. C기자는 "학교는 보충수업에서 이 내용을 다뤘으니 내신도 당연히 어렵게 낼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며 "내신에 나오는 킬러문항을 위해 학원을 다녔다"고 말했다.
같은 자사고 학생인데도 내신 대비를 위해 받는 사교육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C기자는 "그 지역 자사고 대비만 십몇 년씩 해온 과외 선생님들이 있었다"며 "과목당 200만원쯤 하는데 5과목만 해도 1000만원에 육박하지 않나. 그런데도 내가 다닌 자사고에 그 돈을 낼 여력이 되는 친구들은 너무나 많았다"고 토로했다.
D기자는 실제 그런 식으로 '대치동 바닥에서 내신 적중률이 높다는' 과외 선생님을 구해 과목별로 과외를 받았다. 과목 중 가장 가격이 비싼 수학은 1주일에 2번씩 1달에 120만원이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기자들은 수능 킬러문항만 잡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C기자는 "수능은 그나마 지역 기반이 아니니 정보가 좀 더 열려있는 느낌인데 내신은 그 지역에서 많이 활동했던 과외 선생님, 유명한 학원 등에 정보가 쏠리니 정보력 싸움이 더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내신 대비에 모두가 열을 올리니 학생 간 견제는 당연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학교 친구들끼리 다니는 학원을 공유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절대 안 하지."
sae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우나 간다던 남편, 내연녀 집에서 볼 쓰담…들통나자 칼부림 협박"
- 장재인, 당당한 '노브라' 패션…이미지 파격 변신 [N샷]
- 송혜교 닮은 '25세 파일럿' 얼마나 똑같길래…"사진 찍으려 줄 섰다"
- "음주 뺑소니 사고 낸 친구 손절…지인들은 '너무하다', 제가 과한가요?"
- "남편 몰래 코인 투자, 3000만 원 빚까지…이혼 사유 될까요" 아내 고민
- 서동주, 183㎝ 듬직한 연하 남친 공개 "어깨 기대면 체온 상승"
- "아이 있는데 좀 도와주면 안되나" 불평…셀프 사진관 온 부부, 별점 테러
- 이동건, 공개연애만 다섯번…父 "솔직해서 의자왕 별명 생겨"
- 김정민 "보험 30개 가입, 매달 600만 원 내…사망 시 4억 보장"
- "버려달라는 건가" 손님이 건넨 휴지…"가격 올라도 괜찮아"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