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대만과 중국, 전쟁 불가피…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소통에 달려”

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2023. 6. 24. 05: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잉주 前총통 대면 인터뷰
대만 전 총통 마잉주가 지난 21일 본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분합(分合)의 중국 역사를 돌아보면 대만과 중국 본토의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양측의 소통에 달렸습니다.”

마잉주(馬英九·73) 전(前) 대만 총통은 21일 타이베이시 네이후구(區)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중국이 분열에서 통일로 갈 때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지금으로선 매우 어렵지만 중간 지점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찾아 최대한 오래 현상유지[維持現狀]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분합’이란 중국이 통일됐다 분열하고, 분열에서 다시 통일로 가는 일을 가리킨다.

마잉주와의 인터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악화하며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의 갈등도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까지 나오는 지금의 상황을 그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잡아당기면 몸 전체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급박하다[牽一發動全身]”고 진단했다.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음 화약고가 대만이라고 우려하고, 실제로 대만 해협은 전쟁으로부터 한 걸음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도 했다.

대만 양대 정당 중 하나이며 지금의 야당인 국민당 대부(代父)로 불리는 마잉주는 총통 재임 시절인 2015년, 분단 후 66년 만의 첫 중국·대만 정상회담을 제3지대인 싱가포르에서 성사시켰다. 반중인 지금의 집권 여당 민진당과 달리 국민당은 중국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3월 대만 전·현직 총통을 통틀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지금 중국의 생각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이기도 하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21일 타이베이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본토와 대만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중국 역사 4600년 가운데 70%는 통일, 30%는 분열이었다. 양안이 (영원히) 전쟁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양측의 대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8년 총통 임기(2008~2016년) 동안에는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양안이 전쟁을 벌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대만은 전쟁에서 한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一步之遙].”

–무력을 사용한 중국 본토의 위협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듯하다.

“시진핑 선생(싱가포르 회담 때 시진핑과 마잉주는 서로 ‘선생’이라고 불렀다)은 평화 통일을 추구한다면서도 ‘무력 통일’을 절대 포기 않겠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같은 발언은 양안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만 동포들을 긴장하게 할 뿐이다. 중공(중국 본토)은 늘 포악[凶]하게 말하지 않으면 (의지가 약하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래서 전쟁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군중(본토 주민)을 인식해 ‘무력 통일’을 자꾸 언급하는 측면도 있다.”

–양안 관계가 최근 몇 년 새 극도로 악화한 이유는.

“협상의 기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본토와 대만이 1992년에 이른바 ‘92 공식’에 합의했고, 이 합의로 우리는 ‘일중각표(一中各表·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을 본토와 대만이 각자 한다)’에 동의했다. 그러나 차이잉원 총통은 임기 중에 두 번이나 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며 갈등이 커졌다. 노골적이고 조심성이 없는 말은 상대(중국 본토)로 하여금 체면(面子)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걸게 만든다.”

92공식은 양안의 충돌을 막기 위해 1992년 11월 양안이 합의한 정치 프레임이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대만과 중국 본토 중에 누가 ‘진짜 중국’인지는 각자 알아서 생각하자는 내용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대만 독립 주장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대만에서는 ‘하나의 중국은 대만을 뜻한다’고 주장하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한 절충점이다. 대만은 2000년 이전까지 교과서에서 수도를 ‘난징(南京)’으로 표기했을 만큼 본토 수복 의지가 컸다. 하지만 지금의 차이잉원 정부는 92공식을 ‘본토의 통일 구호’로 보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중국 본토를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형적인 ‘미국 의심론(疑美論)’이다. 양안 관계가 좋은 것은 미국에도 이익이다. 이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통해 미·중이 대만 문제 발생 시 서로 얘기할 길을 열어둔 것은 긍정적인 결과다. 물론 미·중 경쟁은 양안 관계에 중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은 최대 무역 파트너인 본토와 경제·안보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미국, 양쪽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맺어야 최대 이익을 얻게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전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대만 무기 지원 등은 미국이 중국 본토를 겨냥한 행위 아닌가.

“미 서열 3위 펠로시가 대만에 왔을 때는 우리 모두 무척 걱정했다. 그가 온 이후 중공은 즉시 대만 주변 6개 구역을 봉쇄하는 등 엄중한 조처를 했고, 이는 실제로 전쟁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이전에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미국과 대만 정부는 중공이 (대만) 문제에서 어느 수위의 공세를 취할 수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때때로 양안 정세를 잘 모르는 것 같이 행동한다.”

–외부 변수에 맞서 양안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법은.

“미국과 무기 등에서 적극 협력하고 있지만, 결국 대만 스스로 양안 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평화를 최대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지원하던 남베트남에서 철수하자 80만 명의 ‘보트 피플’이 생겨났다. 당시 미국이 떠나면서 ‘괜찮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21일 타이베이 집무실에서 본지 이벌찬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현 상황에 대해서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잡아당기면 몸 전체가 움직일 정도로 급박하다”며 “중간 지점에서 최대한 오래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벌찬 특파원

–중국 본토는 앞으로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무엇을 할까.

“대만인들이 통일을 지지하도록 우호적인 대책들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대만인들은 이미 마음속에 답을 정했고, 중공에 의한 통일을 원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현상 유지’가 지지를 받는 것이다.”

–100년 이상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나.

“Who knows?(누가 알겠느냐) 시진핑 선생의 (세 번째) 임기가 2027년에 끝나는데 (통일 추진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

–대만의 우크라이나화 우려가 있다.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음 ‘화약고’가 대만이라고 여긴다. 대만도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까봐 매우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다르고, 그렇게 될 수 없다. 대만과 중국 본토는 국경을 접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고,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점(대만과 중국 본토가 서로를 자신의 영토로 여긴다는 의미)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대만 관련 발언(“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 때문에 중국 본토의 항의를 받았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고, 지역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다. (한국 등) 외국 정부가 대만을 돕는 최고의 방법은 대만과 본토가 평화 협상을 통해 전쟁을 피하도록 독려하는 것이고, 이것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다.”

–한국과 반도체 등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나.

“더 많은 협력, 나아가 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무역에서 더 큰 협업 공간이 있길 원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아시아 최고인 한국의 콘텐츠 산업 분야와도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본토를 방문했는데, 왜 그 시점을 선택했나.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일정과 겹쳐 이를 염두에 두고 본토에 갔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난 1월부터 준비한 방문이었다. 내가 본토에서 만난 이들은 성(省) 당서기(1인자) 등 지방 관료와 대학 총장들인데, 대부분 대만에 온 적이 없더라. 내가 직접 대만으로 초청했다. 나 또한 홍콩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라, 이번이 첫 본토 방문이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정세는.

“내년 대선의 큰 주제는 ‘전쟁과 평화’의 대립이다. 집권당인 민진당은 8년의 세월 동안 양안 관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은 충돌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하면서 양안 문제를 점차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다.”

☞마잉주

2008~2016년 대만 12·13대 총통(대통령 격)을 지냈다. 평화롭게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를 관리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역사적인 첫 양안 정상회담인 ‘시마회(習馬會·시진핑과 마잉주의 싱가포르 회담)’를 성사시켰다. 지난 3월엔 대만 전직 총통 최초로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홍콩에서 태어나 명문인 대만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징궈 전 총통 비서 겸 영어 통역관으로 정계에서 존재감을 쌓았다. 타이베이 시장(1998년~2006년)에 이어 총통에 당선돼 ‘대만판 이명박’으로 불리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국민당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고, 마잉주 기금회를 운영하며 대만 정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