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죽고 아내는 실종된 빈집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강화길 외 7명 지음 | 은행나무 | 264쪽 | 1만5000원
도시 괴담은 ‘아는 맛’과 같다. 늦은 밤 혀에 맴돌아, 결국 냉장고 문을 열게 하는 그 무서운 맛. 젊은 작가 8명이 쓴 도시 괴담을 책으로 묶었다. 지하철(김멜라), 몰래카메라(조우리)처럼 일상적 소재에 드리운 공포부터,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더욱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단편까지 다양하다.
어떤 상황은 일상적이면서 기괴하다. 이현석의 단편 ‘조금 불편한 사람들’에서 두 친구의 대화가 그렇다. 의사인 ‘나’는 공중보건의로 하나원에서 복무하며 탈북민 ‘혜린’ 등과 알게 됐다. 어느덧 결혼 3년 차 혜린이 ‘좋은 일’이 생겼다며 모임을 제안한다. 그 일이 임신인 줄 알았던 화자는 식당에서 술을 먹는 혜린을 보며 식은 땀이 흐른다. 알고 보니 혜린은 임신한 게 아니라 주택 청약에 당첨됐다. 둘은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등에 대해 말하다 의견 대립을 이어간다. 대화를 할수록 서로의 모습이 낯설다. 결국 화자는 윽박지르고, 혜린은 기가 막히다는 듯 웃는다. 친구와의 식사 자리는 어느 새 낯선 이와의 만남이 됐다.
강화길의 단편 ‘꿈속의 여인’은 모두가 한 교회에 다니는 ‘해인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수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민경’이 갑자기 사라진다. 그 남편이 마을을 탈출하려다 죽었다는 소문이 돈다. 민경이 오래 보이지 않자, 이장댁이 그의 집을 찾아간다. 대문에서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를 마주한다. 일순간 그는 사라지고 집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도 없다.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다. 실종에 관심을 갖는 이가 점차 늘어나자, 목사가 예배에서 묻는다. “나쁜 생각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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