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은 고래의 미소를 본 적이 있나요

최지선 기자 2023. 6.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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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현장에 서면 늘 생각한다. 왜 이 고래는 죽어야만 했는가. 우리 인간의 생활이 고래의 사인(死因)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드넓은 바다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거대한 고래.

고래 부검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다.

고래가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젖을 먹기 위한 뺨 부위의 '표정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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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다지마 유코 지음·이소담 옮김/312쪽·1만7500원·북트리거
“조사 현장에 서면 늘 생각한다. 왜 이 고래는 죽어야만 했는가. 우리 인간의 생활이 고래의 사인(死因)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드넓은 바다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거대한 고래.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고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고래는 아직도 그 종류와 번식 형태가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종(種)이다.

저자는 고래가 죽어 육지로 떠밀려 오면 어디든 달려가는 해양 동물학자다. 20년 동안 2000마리가 넘는 고래를 부검했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가 육지로 올라와 잘 살다가 어째서 다시 바다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저자는 고래가 바다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진화를 거쳤는지, 어떤 문제가 생겨 폐사하고 해안가로 떠밀려 오게 됐는지 남겨진 사체를 통해 되짚어 본다.

저자는 2018년 5월 일본 가나가와현 유이가하마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젖먹이 대왕고래를 가장 기억에 남는 개체로 꼽는다. 일본 최초의 대왕고래 좌초 사례였다. 대왕고래 성체는 몸길이가 25m에 이른다. 발견된 고래는 몸길이 10.52m의 수컷으로 생후 수개월 정도로 추정됐다. 고래는 생후 2년까지 모유를 먹기 때문에 이 개체 역시 위는 비었고, 장에만 내용물이 남아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젖먹이 개체인데도 체내에 환경오염 물질이 축적된 것이었다. 위에서 지름 7cm의 비닐 조각이 발견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나가와현에서는 ‘가나가와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 선언’을 발표했다. 고래 부검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다.

저자는 고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래가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젖을 먹기 위한 뺨 부위의 ‘표정근’이 있기 때문이다. 고래에게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 샤넬 ‘넘버5’ 등의 향수에 사용되는 재료 ‘용연향’은 고래의 장에서 만들어지는 결석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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