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AI중매까지 등장한 일본
최근 일본 중서부 시가현이 발표한 ‘청년 만남’ 프로그램이 현지에서 화제다. 미혼 남녀가 “인생에서 우선시하는 가치관” “결혼 상대가 하지 않길 바라는 행동” 등 질문들에 답하면, 이를 AI(인공지능)가 분석해 가장 어울리는 상대를 소개해준다. 일명 ‘AI 중매’ 서비스다. 이 프로그램엔 현재까지 주민 824명이 참여했다. 이 중 75쌍(150명)이 연결됐고, 두 쌍은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지난해 일본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올 들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이(異)차원 대책’을 약속한 기시다 정권은 아동수당 확대 등 육아 지원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현지 언론들은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건 청년 혼인 건수를 늘리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일본 혼인 건수는 50만4878건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6% 줄었다. 변죽만 울리는 정책보다 저출산을 갈수록 악화시키는 ‘혼인 감소’를 해결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 지방정부 사이에서 미혼 남녀들의 결혼을 도우려는 정책이 유행하고 있는 것. AI 중매처럼 청년들 눈높이에 맞춘 이색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메타버스(가상 세계) 소개팅을 주선하는 이즈모시(市)와, 데이트 매칭앱과 연계한 구와나시 등 사례들도 다양하다. 대부분 저출산·고령화에 이은 혼인 감소로 소멸 위기에 부닥친 소도시들이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국내 결혼 건수는 19만1700건으로 11년 연속 줄었다. 10년 새 한국인 결혼 건수는 40% 이상 감소했다.
한국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지난 15년간 28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10년째 꼴찌였다.
그간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은 돌봄 서비스나 육아휴직 제도 개선처럼 주로 육아에 초점을 맞췄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출산을 꺼리는 국민 정서에 직결되는 것은 맞지만, 무(無)에 가까운 이런 결과는 정부가 청년들의 혼인 기피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탓이라는 인식도 지우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몇몇 지자체가 청년 만남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낭비’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판에 부딪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8000만원을 들여 올해 진행하려 한 ‘청년만남 서울팅’은 시의회와 일부 여성 단체의 항의로 중단됐다.
한국 역시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일본 지방 소도시들과 같은 혼인 지원책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며 육아 지원에만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근시안적 정책에 가깝다. 당장 눈앞에 닥친 저성장 위기는 저출산에 기인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혼인 감소라는 더 높은 파도가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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