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불러낸 놀라운 생물 가소성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기후 생물학’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기후위기는 걱정이나 두려움과 더불어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저자는 연일 뜨거워지는 지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전생물학자인 저자는 아놀도마뱀부터 훔볼트오징어까지 22종의 생물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탐구한다. 핵심은 이들이 공통으로 가진 ‘가소성(plasticity)’이다. 용도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플라스틱처럼 이 종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먹이와 성격, 심지어 형태까지 모든 것을 바꾼다. 가령 아놀도마뱀은 강력해지는 허리케인에서 살아남고자 앞다리는 길게, 뒷다리는 짧게, 발가락 패드는 크게 진화했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깃발처럼 나부끼면서 강풍을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훔볼트오징어의 변신은 더 놀랍다. 캘리포니아만 앞바다에 사는 훔볼트오징어는 거대한 크기 때문에 대왕오징어로도 불린다. 그런데 큰 수온 상승 탓에 어느 순간 어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조사해 보니 훔볼트오징어는 다른 종으로 보일 만큼 작아져 있었다. 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예전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생장을 마쳐 번식했고, 다른 먹이를 먹었으며, 절반의 수명만큼만 살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런 변화는 한두 세대 만에 이뤄졌다. 이런 극강의 가소성은 멸종의 문턱을 넘는 대신 지구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들의 분투였다. 저자는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주목하는 종은 인간이다. 그는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와 달리 인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 이상을 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가소성을 제대로 발휘하기만 한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와 싸움에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을 때 그는 말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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