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명시 산하 기구서 '괴롭힘·인권침해' 2년...광명시장·협의회장, 피해자 호소 '외면'

허주열 2023. 6.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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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수년간 직장 내 괴롭힘·인권침해
광명시인권위 "가해자 징계하고, 광명시장은 철저한 관리·감독하라"

광명시청에서 사무위탁을 받아 광명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광명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공동회장 박승원 광명시장)에서 수년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2년가량 상급자로부터 지속적인 윽박, 고성, 모욕 등에 시달리면서 여러 차례 다양한 루트로 구제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구제 조치를 받지 못했다. /필통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광명시청에서 사무위탁을 받아 광명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광명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공동회장 박승원 광명시장, 이하 협의회)에서 수년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2년가량 상급자로부터 지속적인 윽박, 고성, 모욕 등에 시달리면서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로 구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협의회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자들은 피해자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외면했다. 오랜 괴롭힘에 피해자는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뒤늦게 광명시민인권위원회(이하 광명시인권위)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 권고'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16일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피해자는 아직 어떤 구제 조치도 받지 못했다.

◆2년간 괴롭힘·인권침해 시달리다 '공황장애·우울증'

지난 21일 <더팩트>가 입수한 광명시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협의회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사무총장 A 씨는 부하직원 B 부장(50대 여성, 이하 피해자)에게 다양한 인격침해 행위를 했다.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탄원서를 여러 기관에 제출했고, 광명시인권위는 16일 "협의회 상임회장(고완철)은 A 씨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징계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협의회 상임회장은 피해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절차를 밟고, 직원 인권침해 및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고 실시하라"고 했다.

아울러 광명시인권위는 '광명시장'을 언급하면서 "협의회 운영 전반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피해자가 제기한 문제 중 '부당한 업무배제' 행위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당사자 주장이 상반되고,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광명시인권위는 16일 광명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내에서 발생한 괴롭힘·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징계 조치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피해자 제공

그러나 광명시인권위 결정이 나온 지 7일이 흐른 23일까지 피해자는 권고사항과 관련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광명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는 '광명시인권위로부터 시정권고 통지를 받은 대상기관은 통지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조치 계획과 90일 이내에 조치 결과를 (광명시민인권)센터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광명)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팩트>는 22일 박 시장 비서실에 연락해 광명시인권위 결정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문의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협의회를 담당하는 부서(정책기획과)가 따로 있다"며 "그쪽에 문의 내용을 전달해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23일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에 재차 비서실 관계자와 통화해 언제 답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정책기획과에 다시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같은 날 광명시청 정책기획과에 직접 연락해 앞서 비서실에 전달한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서 조치 사항을 물었다. 정책기획과 관계자는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 하고선 이날 오후 늦게까지 회신이 없었다.

고완철 협의회 상임회장도 광명시인권위 권고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는 문자와 전화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이날 통화에서 "광명시인권위 결정이 나온 이후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고 상임회장의 경우에는 광명시인권위 결정이 나오기 이틀 전 연락이 와서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할 것을 유도한 이후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광명시인권위 '시정조치' 권고에도 실질적 조치 '전무'

피해자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2월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을 하고, 모욕감을 줬다. 이를테면 피해자가 "직원들의 인건비가 현저히 낮아 부당하다"가 말하자, A 씨는 "그 부분은 (광명) 시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시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피해자가 협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에게 실제로 해당 내용을 언급하자, A 씨는 "왜 내부 일을 외부인에게 이야기하냐",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냐" 등 적반하장으로 강압적인 폭언을 했다.

또한 A 씨는 워크숍 비용이 부족하자, 이를 포럼 비용에서 전환해서 사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시 주무관으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보고하자, A 씨는 "이것도 처리를 못 한다"며 질책했다.

피해자가 지난해 12월과 올 3월에 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판정을 받은 진단서. /피해자 제공

결국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공황장애 및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이 시기를 전후해 협의회 고위 관계자와 광명시청 담당자를 찾아 피해 사실에 대한 구제를 요청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후 약을 복용하면서 A 씨와 함께 계속 근무한 피해자는 △협의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면담(2023년 3월 15일) △협의회를 관리하는 광명시 정책기획과 팀장 면담(3월 28일) △협의회 운영위원장 면담(3월 29일) 등 피해를 구제받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후 피해자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3월 31일)했다. 또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신청(4월 5일)했는데, 결정권자인 A 씨는 병가 대신 '연가'로 승인했다. 피해자가 연가를 받아 치료를 받으면서, 광명시 감사담당관실에 직장 내 괴롭힘, 인권침해 관련 탄원서를 제출한 지 두 달가량이 흘러서야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의 병가는 광명시민인권센터로 사건이 이첩돼 조사가 진행되던 중 5월 3일 A 씨의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재차 A 씨는 피해자가 병가를 사용하는 것을 반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A 씨를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앞으로는 대리인을 통해 (병가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하자, A 씨는 "나를 띄엄띄엄 보고 있다. '해고'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광명시민인권센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광명시인권위는 피해자·가해자·참고인 조사 등을 마친 뒤 지난 16일 결정문에서 "A 씨의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76조 2의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을 진정인의 권리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광명시인권위는 또 "A 씨의 피해자에 대한 비하 발언이나 경멸적 언행이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됐다. 더욱이 A 씨는 피해자의 업무 지휘권을 갖는 지위에 있고, 이 사건 협의회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권력의 위계가 확실하고, 그 위력이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A 씨의 언행은 피해자의 존엄성을 해쳐 인격권 침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광명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누리집 갈무리

피해자는 "광명시민인권센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A 씨는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특히 저에 대한 연가, 병가 등의 권한을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이러한 위치에 있는 A 씨가 제 병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이달 말 병가 기간이 만료돼 7월부터 다시 협의회로 출근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광명시인권위의 시정 조치 권고가 나온 이후에도 아무도 저를 보호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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