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미군 사기 딛고… 어떻게 한국전 흐름 바꿨나
리지웨이 장군이 직접 쓴 한국전 회고록
후퇴하던 시기 부임… 우선 ‘軍 추스르기’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가” 전군에 서신도
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 과정 조망
더 이상 확전 피하고 ‘제한전’ 관리 성공
美 어떤 노력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전해
리지웨이의 한국전쟁/매슈 B. 리지웨이/박권영 옮김/플래닛미디어/2만5000원
“자네 스스로 판단을 내리길 바라네. 나는 자네를 적극 지원할 것이고 완전히 신뢰하네.”
“그들은 여전히 용감해 부여된 어떤 임무라도 수행할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불안해하는 태도를 보였고, 자신감에 차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군대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열정과 기민함, 활력이 부족했다.”
리지웨이는 적들에 비해서 아군의 수적인 열세를 미군의 강점인 화력의 우세로 극복하기 위해서 아군 부대 간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하여 1951년 1월25일, 미군과 유엔군, 국군은 신중한 반격을 시작했다. 2월 원주 북서쪽에 위치한 지평리 지역에서 중공군 5개 사단의 공세를 격파하면서 승기를 잡았고, 3월14일 서울을 다시 회복한 뒤 진격을 이어갔다.
중공군이 다시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분명해지자, 그는 아군 부대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공군의 공세를 대비했다. 이후 전선은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했다.
4월,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서 전격 해임됐다. 리지웨이는 맥아더에 이어서 유엔군 사령관에 올랐고, 그의 후임에는 제임스 밴 플리트가 부임했다. 그는 맥아더 해임과 관련해 “반역적인 패거리의 음모”나 “맥아더 장군이 아시아 대륙의 전면전으로 미국을 밀어넣으려 한다”의 비난, “두 사람 간 성격차” 등의 분석 모두 근거 없고 명령불복종에 대한 단순한 해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근원적인 문제는 한국전쟁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 간의 극심한 견해 차이도 아니었고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의 성격 차이도 아니었다. 마셜 장군이 상원위원회의 증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그저 대통령이 가장 분명한 용어로 반복적으로 전달한 정책에 대해 한 명의 지역 전구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이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리지웨이는 밴 플리트에게 최대한 전술 지휘권을 부여하면서도 전술계획 승인권을 통해 전쟁이 더 이상 확전하지 않도록, 그러니까 제한전으로 관리해 나가는 한편, 막오른 휴전협정을 끈질기게 이어가면서 전쟁을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쟁 73주년을 앞두고 최근 번역 출간된 책은 리지웨이 장군이 쓴 한국전쟁 회고록이다. 책에는 미국이 내부적으로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을 때 어떠한 모습과 자세, 전략으로 미8군을 이끌고 유엔군을 지도했는지를 적고 있다. 책은 1967년 미국에서 출판됐고,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번역됐다.
저자는 한국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 전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애치슨 선언의 전말, 첫 전투를 벌이며 본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 스미스특임부대, 맥아더의 천재적인 지략이 빛난 인천상륙작전, 북진하며 전력을 분산한 맥아더의 뼈아픈 패착, 전선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중공군의 나팔 소리, 정전협정이 이뤄진 1953년 7월 판문점의 모습….
저자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서 어떤 노력을 했고, 그 노력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리지웨이가 한국전쟁에서 깨달은 교훈들은 무엇일까.
“우리가 한국에서 피해야 했던 한 가지 실수는 평화를 논의하기 전에 ‘완전한 승리’나 ‘무조건 항복’ 또는 ‘침략행위의 중단’을 주장한 것이다. 오늘날 공공의 공간과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많은 슬로건들을 보면서 나는 모든 국민이 과연 제한전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한전은 단순히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은 소규모 전쟁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다. 제한전이란 국가이익과 현재 군사적 능력을 고려하여 목표를 분명하게 제한하는 전쟁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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