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앞에 사라지는 음식 다양성… 식량시스템 위협

정진수 2023. 6. 23. 2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1798년 발표한 '인구론'은 당대에 충격을 안겼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 위기를 맞으리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모든 사람이 전 세계에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가 쓴 신간 '사라져 가는 음식들'은 이렇게 효율이라는 이름 앞에서 뒤로 밀려 멸종 위기에 처한 식품 34가지를 소개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음식들/댄 살라디노/김병화 옮김/김영사/2만9800원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1798년 발표한 ‘인구론’은 당대에 충격을 안겼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 위기를 맞으리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뤄낸 기술혁명은 맬서스의 이런 주장을 폐기했다. 생산량이 극대화되는 소수 신품종에 집중하면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진 덕이다. 이른바 녹색혁명이다.

녹색혁명이 인류에 풍요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한 그림자 또한 길다. 햄버거, 초밥, 카레 등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이면에는 ‘균질화’의 함정이 있다. 모든 사람이 전 세계에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전 세계 음식의 근원이 되는 씨앗은 고작 네 기업의 손에 장악됐고, 세계 치즈 생산의 절반이 한 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세계에서 마시는 맥주의 4분의 1이 양조장 한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댄 살라디노/김병화 옮김/김영사/2만9800원
BBC 기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가 쓴 신간 ‘사라져 가는 음식들’은 이렇게 효율이라는 이름 앞에서 뒤로 밀려 멸종 위기에 처한 식품 34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음식이 유래한 지역의 역사, 정치, 문화, 공동체와 얽혀 수천년에 걸쳐 만들어졌던 음식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비극을 증언한다. 튀르키예 동부에서 자라는 밀의 한 종(種)인 ‘카발자’를 비롯해 탄자니아 하드자 꿀, 스코틀랜드 베어 보리, 덴마크 납작 굴, 벨기에 람빅 맥주, 에티오피아 야생 삼림 커피 등이 포함됐다.

먹거리가 풍부한데 ‘종의 다양성’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소수 품종에 의존한 상황을 주식투자에 비유한다. 소수 종목으로 제한된 투자로 인해 위험 분산이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이다. 실패한 포트폴리오처럼 극소수의 품종에 의존한 세계 식량 시스템은 질병이나 해충, 극단적 기후에 굴복할 위험이 크다.

음식의 균질성 창출과 전파에 기여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녹색혁명의 최대 수혜자인 거대 식품기업들조차 이런 위기감에 동조한다. 낙농업계 거물 다농의 CEO 에마뉘엘 파베르는 지난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낙농업에서 암소의 99%가 단일품종인 홀스타인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며 다양성 지키기에 나설 것을 맹세하기도 했다. 유니레버, 네슬레, 켈로그 등 유수의 식품기업이 그를 지지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