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문 대신 어려운 문제”…학원은 ‘수능 난이도 유지’ 장담
“킬러 문항 배제, 정치적 여론몰이
준킬러 문항 출제로 효과 못 거둬”
이미 ‘변화 대응’ 학원가 문전성시
‘쉬워진다’ 대학생도 재도전 기웃
“결론적으로 수능 난이도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수학은 킬러 (문항) 3개 정도가 유지될 거고, 국어도 지문 대신 문제가 어려워질 겁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유명 입시학원 상담에서 만난 학원 관계자는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학습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여론몰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면서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학원가에는 이런 대책이 실제로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거란 분위기가 여전했다.
상담에서 학원 관계자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고난도 문제가 필요하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어떻게든 대통령이 이야기한 방침을 피해 가면서 어려운 문제를 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이어갔다.
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쉬워지면) 실수를 하나만 해도 바로 재수·삼수를 하게 돼 (수능이) 구조적으로 망가지고 공무원들도 다 그걸 아는데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국어는 융합 이런 거 안 한다고 했으니 통합과학과 통합사회에서 (지문을) 열심히 찾을 거고, 지문은 익숙하지만 어려운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 구성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난이도는 큰 차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 기조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상담에서 수능에 재도전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기자에게 학원 관계자는 “1년 반 동안 재수종합반에서 수학, 과학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금전적으로 투자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라고도 했다. 이 학원의 재수종합반 수강료는 월 170만원 선이다. 대치동 일대 유명 학원 가운데는 재수종합반 월 수강료가 자습비 등을 합쳐 200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학원들이 이미 정부 발표에 맞춰 수능을 준비하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단과학원은 ‘준킬러 문항’을 강화할 거고, 똑똑한 강사는 통합과학이나 통합사회에서 안 건드린 거나 EBS 연계 문제 등을 뽑아볼 거다”라고 말했다. 이날 돌아본 대치동 일대에선 ‘킬러 문항’ 없는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학원 입시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오히려 킬러 문항이 없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능에 재도전하는 대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현상도 엿보였다. 올해 반수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지방대 의·약학계열 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이 (킬러 문항이 빠지면) 1등급을 많이 받고 최저 기준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해 학교 급을 올리기 위해 대부분 (올해 수능에) 덤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학원에서는 1학기를 마치고 수능 재도전을 결정한 반수생이 예상보다 증가하자 반수생종합반을 추가로 개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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