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드러난 그 날 밤의 진실[책과 삶]
더 게임
김인숙 지음
문학동네 | 384쪽 | 1만7000원
자수성가한 온라인 게임 회사 대표 황이만의 몸에는 흉터 다섯 개가 있다. 22년 전 자신의 자취방에 놀러 온 애인 이연희에게 줄 약을 사러 골목길을 내려가다 칼부림을 당했다. 이연희는 사건 직후 연락을 끊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칼에 찔리기 직전 손목시계에 표시된 시각은 1994년 7월24일 오후 9시54분2초였다. 22년 뒤 황이만은 ‘0724’ 숫자가 붙은 아이디로부터 이상한 e메일을 받는다. 사건이 벌어진 골목 폐가에선 누군가의 백골이 발견된다. 황이만은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퇴직 형사 안찬기에게 진상을 파헤쳐달라고 의뢰한다.
<더 게임>은 40년차 소설가 김인숙이 쓴 추리소설이다. 사회 모순을 들추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가깝다. 피습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가며 범죄 사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건드린다. 대중은 각자의 인지적 편견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기억한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김인숙은 짧은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달려나간다.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도 돋보인다. 관계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등장인물들도 처음과 다른 얼굴로 바뀐다. 주인공 캐릭터는 황이만과 안찬기이지만, 김인숙의 메시지는 여러 여성 캐릭터에게서 읽을 수 있다.
본격 추리소설의 트릭을 추구하진 않는다. 김인숙은 서술 속에 단서를 숨겨두고 독자가 진상의 퍼즐을 맞추게 한다. 정당한 추리게임이라면 작가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정보 자체는 모두 진실이어야 하는데, 중요한 일부 정보가 나중엔 거짓으로 드러난다. 황이만의 피습 사건과 얽힌 연쇄 사망 사건의 진상도 다소 허무하다. 중편소설 <벚꽃의 우주>가 이 사건을 다루지만 <더 게임> 자체의 완결성에는 흠집이 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명태균 만남 의혹에 동선기록 공개한 이준석···“그때 대구 안 가”
- [스경X이슈] 민경훈, 오늘 ‘아형’ PD와 결혼...강호동·이수근 총출동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IPO 혹한기’ 깬 백종원 더본코리아… 지난달 주식 발행액 5배 껑충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