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서 사라진 여자들의 술 역사[책과 삶]
걸리 드링크
맬러리 오마라 지음·정영은 옮김
RHK | 500쪽 | 2만4000원
과일음료를 섞은 맥주 ‘라들러’를 마셨을 때 “여자들 맥주를 마시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버번 위스키를 내게 처음 소개한 이는 이 술이 “남자들의 술”이라고 했다. <걸리 드링크>의 저자 맬러리 오마라도 비슷한 일들을 겪은 모양이다. 맥주나 위스키를 ‘남자들만이 마시는 술’이라 여기던 오마라는 뒤늦게 음주에 눈을 뜨고 술의 역사를 공부하고자 했다. 그런데 술과 여성에 관련된 역사를 찾기 어려웠다. 그는 “그럼 네가 한번 써 봐”라는 친구의 제안에 책을 펴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수메르 여성들은 맥주를 대량으로 양조했고,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술의 여신 닌카시에게 술잔을 바쳤다. 클레오파트라는 측근들과 함께 ‘흉내 낼 수 없는 간’이라는 음주 모임을 만들었다. 홉 향 진한 에일을 처음 만든 것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라는 수녀였다. 송나라의 여성 이청조는 술과 욕망을 주제로 시를 쓰고 읊었다.
술과 풍류를 즐기던 여성들을 발견하고 되짚는 책이다. 쉽고 유쾌하다. 여성이 술 마시는 것을 억압하던 역사도 함께 다룬다.
미국에서 여성이 최초로 바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시기는 금주법 시대였다고 한다.
저자는 “금주법 시대는 온갖 사회적 규범이 전복되는 시기여서 여성의 술집 출입이 가능해졌다”며 “바로 이런 걸 알고 싶었다”고 썼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을 쓴 위소영 작가는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나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무려 회장님 앞에서 신고 있던 하이힐로 시원하게 병맥주를 따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샴페인 소맥을 미친 듯이 발사하는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세월과 설움, 그리고 투쟁이 있었는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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