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폭력·차별 그리고 ‘정당화’[책과 삶]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오브리 고든 지음·장한라 옮김
동녘 | 380쪽 | 1만7000원
마트에서 카트에 파스타면 한 박스를 넣었을 뿐인데 “그럴 만도 하지”라는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듣는다면.
더운 여름날 민소매를 입었더니 “아무도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외모로는 안 돼요”라는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따라와 여러 번 말한다면.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의 저자 오드리 고든은 이를 ‘팻콜링(fatcalling)’이라 부른다. 남성이 길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괴롭히는 행위인 캣콜링에서 따온 표현이다. 저자는 ‘팻콜링’을 “뚱뚱한 사람들의 삶을 집어삼키는 끝없이 밀려드는 말·평가·명령”이라며 “무책임하고 달갑지 않다”고 했다. 팻콜링은 “타인의 몸에 마음껏 권한을 휘둘러도 된다는 깊숙한 생각에 뿌리내린다.”
한국 사회든 미국 사회든 ‘뚱뚱함’은 코미디의 소재이며 만병의 근원이다. 무시하고 비웃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영역이다. 책은 한때 180㎏, 지금은 155㎏의 몸무게로 살아가는 저자가 직접 겪어가며 느낀 ‘뚱뚱한 몸에 대한 세상의 반대’를 비판적 시각에서 꼬집는다.
저자는 초과 예약된 비행기를 탈 때 느끼는 압박감에서부터 시작해 개인과 사회 전반에 공기처럼 자리잡고 있는 뚱뚱함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제도를 지적한다. ‘아동 비만 예방’이라는 미셸 오바마의 캠페인도 저자는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뚱뚱한 아이들의 음울한 흑백사진과 경고라는 빨간색 글자’ 포스터는 뚱뚱한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미국의 식품 기업 홀푸즈가 2010년 BMI 등 수치가 더 낮은 직원에게 더 많은 상품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공표한 일 등 ‘뚱뚱함에 대한 차별’은 채용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다. “뚱뚱한 몸에 반대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도 믿기 어려울 수 있다.”
저자는 ‘널리 퍼져 있는 법적인 체중 차별을 끝내기’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 약속’ ‘공공장소 접근성 개선’ 등 구체적인 제안을 통해 뚱뚱한 몸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중단하자고 제안한다. 책은 우리 안에 자리잡은 ‘뚱뚱함’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제대로 짚어준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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