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버린 폐, 돌이킬 수 없어…50대부턴 매년 정기 검사를

김태훈 기자 2023. 6. 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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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증’의 증상과 치료법
지속적으로 염증 반복되며 폐 손상
굳은살·흉터처럼 조직 딱딱해져
감기 증상과 비슷해 발견 어려워
약물 치료는 악화 속도만 늦출 뿐
일상생활 어려울 땐 이식 고려해야
백효채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센터장이 내원한 환자에게 폐섬유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명지병원 제공

60대 A씨는 언제부턴가 걸을 때 숨이 차고, 마른기침이 나오는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라 생각했고 증상이 심하지 않아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간과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증상은 나아지기는커녕 마른기침이 더 심해졌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예전처럼 편히 쉬어지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A씨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폐섬유증은 폐포(허파꽈리)와 폐포 사이의 조직을 가리키는 간질에 병이 생겨 염증 및 섬유화가 진행되는 간질성 폐질환의 일종이다. 마치 상처가 아물며 굳은살과 흉터를 만드는 것처럼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해 조직이 딱딱해진다. 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8년 1만4084명이던 폐섬유증 환자는 2022년 2만104명으로 43% 늘었다.

폐섬유증 대부분은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이고 평균 생존율은 진단 후 3~4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를 시행하지만 섬유화 진행 양상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할 뿐이어서 폐이식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장기간 호전되지 않는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폐섬유증의 대표 증상은 마른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으로 일반적인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초기 발견이 어렵다. 병이 진행되면 저산소혈증이 심해지면서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해지는 곤봉지가 생기기도 하고,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기도 한다. 이는 폐섬유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질환의 공통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폐섬유증은 지속해서 폐가 손상되지만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발견이 어렵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미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 진단될 경우 통상 3년 이내 절반 정도의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흉부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때에 따라 흉강경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또 폐섬유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 폐기능 검사도 시행한다. 백효채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센터장은 “폐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할 수 없는 장기인 만큼 50대 이상 장년층은 매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섬유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폐이식 수술로 진행된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 제제를 사용해 폐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약물이나 산소치료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시행된 167건의 폐이식 중 절반에 가까운 74건(약 44.3%)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였을 정도로 폐섬유증 치료에서 폐이식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폐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고, 수술 시 인공 심폐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폐이식은 장기이식 수술 중에서도 난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특히 뇌사자의 폐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크고, 뇌사가 발생하면 폐의 기능 저하가 다른 장기보다 빠르므로 실제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폐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인공 폐와 혈액 펌프로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후 체내에 넣어주는 기기인 에크모(ECMO)나 기계적 환기 장치에 오랜 기간 의존해온 중증환자 비율이 높다보니 수술을 하더라도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의료진의 숙련도가 폐이식 수술의 성패를 가르고, 환자 역시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야 힘든 수술과 이후 치료 과정을 잘 버틸 수 있다.

백 센터장은 “국제 폐이식 가이드라인에 양측 폐이식은 60세, 일측 폐이식은 65세까지 권고한다고 나와 있지만, 최근에는 고령이어도 특별한 질병이 없고 신체 상태가 양호한 경우 폐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이식을 시행할 단계에 들어선 환자라면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섭취로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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