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타이탄 비극의 원인은 ‘내파’… 1000분의 1초 만에 선체 찌그러져
심해의 400기압에서 ‘내파’ 겪었을 것으로 추정
물 유입될 시간도 없이 빠르게 수축 후 폭발
앞서 타이탄 구조 결함 지적도 나와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을 보기 위해 잠수했다가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선체가 발견됐다. 타이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심해의 강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찌그러지다가 폭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발견된 선체는 큰 폭발을 겪은 것처럼 산산조각난 상태였다.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해양경비대는 타이타닉을 보기 위해 출항했다가 승객 5명과 함께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타이탄은 지난 18일 캐나다에서 승객 5명을 태우고 출항했으나 잠수 1시간 45분만에 지상 본부와 교신이 끊기며 구조당국이 수색을 하던 상황이었다.
타이탄이 실종된 후 약 4일간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이 이뤄졌으나 잔해가 발견되며 탑승자 전원은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잠수정이 외부 압력에 의해 내부로 급격하게 찌그러지며 폭발하는 ‘내파(implosion)’ 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내파로 인해 산산조각난 잔해를 발견했다”며 “깊은 수심에서 잠수정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내파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파는 수중에서 큰 압력을 받았을 때 잠수정이 붕괴하는 현상을 말한다. 내파 당시 타이탄의 수심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는 수심 약 4000m 아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정도 수심에서는 지상의 압력인 1기압보다 400배 가량 큰 압력이 잠수정에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은 최대 20기압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높은 압력을 받으면 폐와 조직 사이의 압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혈액과 세포질 같은 체액이 급격하게 흘러 나온다. 마치 물에 젖은 스펀지를 강하게 누르면 물이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타이탄의 탑승객들은 한계치보다 20배 큰 압력을 받으며 체액 유출은 물론 신체 조직과 골격들도 순식간에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
에일린 마리아 마티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교수는 “내파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 승객들이 문제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상황은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해군사관학교 연구진은 2021년 잠수함의 내파 가능성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내파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한 시간에 일어난다.
만약 선체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파가 천천히 일어나면 내부로 물이 유입되며 압력 평형이 일어날 수 있다. 압력 평형 상태에서는 내파와 같은 폭발 현상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잠수정이 압력에 의해 빠르게 수축하면 외부에서 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축하면서 내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타이탄이 내파로 침몰한 이유로는 구조적인 결함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깊은 수심으로 잠수하는 잠수정은 큰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잠수함이 배와 다르게 원형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모든 방향에서 골고루 압력을 받아 힘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잠수함을 이용하면 4000m 보다 깊은 수심에서도 안전하게 잠수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깊이 잠수한 잠수정은 수심 7062m를 기록한 중국의 유인 잠수정 ‘자오룽’이다.
2018년 미국 해저탐사업체 오션게이트의 잠수함 조종사인 데이비드 로크리지는 법원에 타이탄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타이탄은 수심 4000m 잠수를 위해 개발됐지만 안전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3분의 1크기로 축소한 모형으로 테스트 했을 때 4000m 수심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타이탄은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항해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고자료
Journal of Physics: Conference Series, DOI: https://doi.org/10.1088/1742-6596/2130/1/01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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