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넘쳐나는데”…유럽선 ‘고급 음식’이라는 이것, 왜 그럴까 [Books]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하드자족(族)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25%를 제공하는 꿀을 채취하는 방법이 꽤나 이색적이다. 바오바브나무 가지를 일일이 살펴 숨겨진 벌집을 발견하는 일은 고달프다. 그래서 그들은 500년간 벌꿀길잡이새와 꿀 채취를 협업해 왔다. 흰색 깃털을 가진 손바닥 크기의 작은 새가 벌집을 단번에 찾아내면 하드자족은 연기를 피워 벌집 주위의 벌을 쫓아낸다. 벌꿀길잡이새도 사람의 도움 없이는 달콤한 꿀을 얻을 수 없다. 혼자 힘으로 꿀을 얻으려다간 벌떼에 쏘여 죽게 되기 때문이다.
수렵인이 휘파람을 불며 “아크, 에크, 에크, 에크”라고 말하면 새와 인간 사이에 ‘거래’가 성사됐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기막힌 협업 방식은 1500년대 한 선교사의 기록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벌꿀길잡이새와 하드자족의 수백 년 공생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중이다. 외부인들이 탄자니아의 수만 헥타르 땅을 가축용 목초지나 작물을 기르는 농지로 전환하면서 탄자니아 원주민들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종족 일부는 자연의 선물을 망각하고 NGO가 제공하는 구호 식품에 의존한다.
유럽의 해산물 식당 탁자에 앉으면 굴이 왜 이렇게 비싼가 싶어진다. 시장 좌판에서 굴 구경도 쉽지 않다. 하지만 200년 전만 해도 런던에서만 약 3500명의 굴 판매상이 매일 거대한 양의 굴을 거래했다. 웨일스에선 부자든 빈민이든 펍에 앉아 한 잔의 맥주와 굴 요리 안주의 풍미를 만끽했다. 1850년대 하루 5억 마리의 굴이 거래됐던 런던 빌링스게이트 시장은 20년 뒤인 1870년대 굴 판매량이 700만 마리로 급감했고 다시 10년 뒤인 1880년대엔 다시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가봉에선 10제곱킬로미터의 거대 굴무덤이 발굴됐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노예선에 탑승하기 전 아프리카인이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 바로 굴이었다. 살, 소화기관, 심장, 아가미, 피까지 전부 먹는 굴은 행성 지구에서 채취 가능한 가장 완벽한 식품이다. 하나의 굴이 바닷물 200ℓ를 여과하고 정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 질병, 기생충으로 굴의 수량은 매해 감소한다. 유럽의 굴 군락지는 과거에 비해 95% 이상 파괴됐다.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 유명 브랜드 버거를 먹고 해안가와 거리가 먼 내륙지방에서도 초밥을 먹는 시대다. 우리는 음식의 풍요를 누리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동식물 100만종이 멸종을 앞뒀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인간은 단일 경작 품종을 심으려 소중한 삼림을 밀어버렸고 돼지고기는 단 한 품종의 돼지 유전자만 남았다. 저자는 쓴다. “세계 80억 인류의 경험 전체가 균질성의 덩어리로 수렴되는 시대다.”
음식은 이미 우리 자신의 일부이며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정체성의 근원이다.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는 생물에 품었던 겸허한 경외심을 현대 인류에게선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자연이 상품화되면서 우리의 존재를 지탱했던 자연이 사라지는 중이라고, 살아 숨쉬던 역사였던 수많은 생물이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책은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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