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 들인 '4세대 나이스' 먹통, 학교 현장은 난리
다른 학교 시험문제 정답 노출 사고도 속출
학기 중 개통 혼선... 교육부 "수시 일정 고려"
초중등 학교에서 학사·교무 업무 등에 사용하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새 시스템이 개통되자마자 '먹통'이 됐다. 접속이나 자료 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업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시험 답안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다른 학교에 노출되는 심각한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시스템 개편에 들어간 예산이 2,824억 원에 달하건만 목표했던 행정 업무 효율화는커녕 조만간 치러야 할 기말고사 준비에도 어려움을 겪을 판이라 학교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1만2,000여 곳에서 21일 일제히 개통된 '4세대 나이스'는 개통 사흘째인 23일까지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초등학교 교사 A(49)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개통 당일부터 계속 접속이 안 되거나 버벅거려 '이건 완전히 게임 베타버전'이라는 원성이 곳곳에서 나왔다"며 "이전 버전 나이스는 1시간 정도 지나면 로그아웃이 됐었는데 지금은 짧게는 1~2분만 접속이 유지되고, 이조차도 학교마다 다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 전산시스템이 가동되면 안정화되기까지 오류 발생 및 수정 절차를 밟는 게 일반적이긴 하나, 4세대 나이스의 오류는 정상 궤도를 한참 벗어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말고사 정답 같은 보안사항이 다른 학교에서 조회되는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 교사 윤모(44)씨는 "다른 학교 기말고사의 '문항정보표'가 화면에 뜨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별 정답을 설명하는 내용이라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기존 3세대 나이스에서 입력한 학생 성적 정보들이 이관이 안 되는 상황이라 업무상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넘겨야 하는 화면 등 인터페이스가 불편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2002년 처음 개통된 나이스는 초중고교에서 학생 성적 관리, 교사 복무 관련 업무 등에 사용된다. 입시 과정에서 생활기록부와 같은 자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대학과도 연계돼 있다. 학부모들도 자녀 성적 확인 등을 위해 나이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나이스는 2006년(2세대)과 2011년(3세대)에 개편이 이뤄졌고, 2020년부터는 온·오프라인 융합수업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발맞춰 4세대 시스템 개편 작업이 진행됐다.
문제가 커지자 교육부는 "30일까지 시스템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로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지역 중고교에서 다른 학교의 시험 문항정보표가 노출됐다는 신고가 7건 이상 접수된 가운데, 이들 지역 교육청은 22일 "답지(번호) 순서를 변경하고 필요한 경우 문항순서도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냈다. 공문 발송 당일 시험을 치르는 학교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필요한 경우 일정을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부는 안정적인 개통을 위해 4월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학교 관계자들이 직접 사용해보는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쳤다는 입장이나,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교사들은 개통 전에 시스템을 활용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의 고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시스템이 바뀐다는 얘기야 있었지만 전 교직원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 뒤 도입된 게 아니다"라며 "새 나이스를 못 쓰는 상황인데 이전 나이스도 막힌 터라 동료들이 더 황당해한다"고 했다.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 새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혼선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교육부는 9월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되기 때문에 일정에 지장이 없으려면 이달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관련 대입 자료가 정상적으로 생성되고 대학에서 수신되는지를 검증하는 기간이 7월"이라며 "(여름)방학 중 시스템을 바꾸면 대입 전형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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