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책의 비결 …'스토리'가 좌우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1억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시리즈다. 오죽하면 편집장부터 물류창고 직원까지 연말 보너스로 5000달러씩 챙겨 갔을 정도로 큰 성공을 일군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는 있을지언정 아름다운 문장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개 아름다운 문장과 흥미로운 스토리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성공적인 책을 쓸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런 통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방송국, 할리우드 최대 영화사 등을 거치며 '스토리 컨설턴트'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 리사 크론이 그런 주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수많은 작가가 "스토리가 무엇인지 모른 채 글을 쓴다"고 지적한다. "스토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직접 써 보면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던 미국 문학 대가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대로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글을 쓰려는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플롯을 짜놓되 정작 스토리는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건들로 점철된 거대한 플롯보다는 독자를 끌어당길 만한 스토리가 중요하지 사건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결국 플롯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피라고 저자는 작가들에게 주문한다. 이런 '내적 투쟁'이야말로 열차가 움직이는 동력을 제공하는 전깃줄처럼 독자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핵심이 된다.
글 쓰는 법에 관한 수많은 책 중 하나지만 꼭 작가가 되려는 계획이 없는 독자라 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당신이 작가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끊임없이 묻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와중에 인터넷이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면 당신은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해독제를 만들려는 연구원과 외출은 삼간 채 재택근무로 일하는 게임 개발자 중에 누구를 주인공으로 택할 것인가?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이 책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어떤 선택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가능성이 클지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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