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성’ 하지정맥류 진단에 ‘보존적’ 시술을 권유받았을 때 고려할 점은?

이순용 2023. 6. 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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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검사로 혈액역류 여부 판정받아야 … 불필요한 고가 비급여 시술 주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갈 때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이 기능 이상을 초래할 때 발생한다.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는 정맥혈류가 다리정맥에 정체됨으로써 정맥고혈압으로 다리의 정맥혈관이 확장되고 길게 연장되며 울퉁불퉁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지정맥류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가족력), 노화, 성별, 직업, 임신, 비만, 변비, 운동부족, 부적절한 생활습관 등이 꼽힌다. 이 중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 여성, 유전적 요인, 과체중 등이 더욱 중요시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정맥류가 외관상 보일 때 진단되면 이미 한참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다. 1995년부터 28년간 4만건이 넘는 하지정맥류 시술을 해온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편의상 혈관 굵기를 기준으로 1~5기로 구분되는데 1~2기(초기)는 비교적 정상에 가깝고 3기는 라면발(2~3mm 돌출), 4기는 우동발(4~5mm 돌출), 5기는 새끼손가락(5mm 이상) 굵기로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3기부터 시술이 권장되지만, 미용 목적이나 악화를 조기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1~2기부터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선 병의원에서는 ‘잠복성’ 하지정맥류라며 ‘보존적 시술’이 조기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영기 원장은 “초음파 검사로 하지정맥혈관의 역류가 감지되면 양성으로, 없으면 음성으로 진단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면 정상, 그 이상으로 닫히는 데 오래 걸리면 비정상으로 판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음파검사 소리가 개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울음 소리로 길게 들리면 비정상”이라고 비유했다. 늑대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 역류의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을 예시하는 말이다.

속칭 잠복성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돌출되기 전단계의 경계선 상에 있는 상태다. 이런 경우에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지 섣불리 급하게 치료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 원장은 “잠복성 하지정맥류에는 보존적 시술을 권하지만, 보존적 시술이 뭔지는 의학계에서 정확히 규정한 바가 없다”며 “순간접착제 혈관내 주입시술을 흔히 일컫지만 그동안 많이 써왔던 혈관경화제를 이용한 혈관경화요법도 굳이 분류하자면 보존적 시술에 해당할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순간접착제 혈관내 주입시술은 시술하기 편리하고 의료기관의 수익 증진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화학적 이물질로서 인체에 언제든지 면역거부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소지가 있고 심부정맥혈전증, 혈전성정맥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어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간접착제의 주성분은 시아노아크릴레이트다.

시중에서 순간접착제 시술은 다리 한쪽 당 700만~800만원이 든다. 심지어는 1000만원이 넘게 청구하는 경우도 있어 요즘 실손보험 회사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심 원장은 “크게 보면 한쪽 다리에는 각각 대복재정맥과 소복재정맥이 하나씩 총 4줄기가 있다”며 “의료비는 환부의 범위와 시술시간에 비례해 청구하는 게 합당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부분의 정맥류는 한두 줄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정맥 한 줄기 당 200만~300만원을 시술료로 정해놨다고 소개했다.

하지정맥류는 하지 정맥판막이 늘어나거나 찢어진 경우에 해당하므로 3기 이상 진행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 요구되는 시술로는 혈관경화요법, 레이저요법, 고주파요법, 순간접착제 주입법 등이 이뤄지고 있다.

심영기 원장은 “하지정맥류의 병기에 상관없이 모든 경우에 혈관경화요법은 유효하다”며 “혈관이 굵게 돌출된 경우에도 대부분 가는 혈관도 동시에 확장되어 있기 때문에 레이저와 같이 굵은 혈관 시술 후에 혈관경화제를 주입해 최소침습적으로 불필요한 보기 싫은 정맥혈관을 없앨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는 단순 하지근육통, 무릎관절염,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와 혼동하기 쉽다. 혈관이 거미줄 모양으로 튀어나오고,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편해지고, 오후 시간으로 갈수록 부기·염증·통증이 심해지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쉽게 피곤해지고, 다리의 생긴 피부증상이 쉽게 낫지 않는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심 원장은 “경험 많은 의사에게 하지정맥류 여부를 감별한 뒤 정맥혈액순환의 문제가 아니고 근육, 골격, 연조직의 문제라면 물리치료, 전기자극치료를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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