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우월하다는 편견 …'생물학자' 아리스토텔레스 탓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6. 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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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리 박한선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1만6800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인류 최초의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생물에 관해 많은 양의 관찰 연구를 진행하며 이전까지의 사변적 연구에서 벗어나 일반적 원리를 찾아내려 한 인물이다. 그는 각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500종이 넘는 조류와 포유류, 어류를 분류했다. 레스보스섬 주변 해양 생물은 2년 넘게 직접 관찰했을 정도로 생물학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가 수집한 데이터 대부분은 주변 인물의 경험에서 비롯한 사변적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보다 치아 개수가 많다든지, 치아 개수가 수명에 비례한다고 규명한 그의 연구에는 부정확한 것이 많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자연의 모든 존재가 완전하고 불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고, 자연에서 각각의 위치도 영원히 불변한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의 연구를 믿는 사람은 많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 내린 생물의 위치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편견의 근간이 됐다. 그는 번식과 성장을 위한 '식물적 영혼'과 동물이 가진 이동과 감각을 위한 '감각적 영혼'을 인간이 지닌 사유와 반추를 위한 '합리적 영혼'과 구분했다. 동물·식물과 인간의 영혼을 구분함으로써 생물학적 존재가 가진 원초적인 잠재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결국 인간이 생물학적 위계의 가장 꼭대기에서 다른 생물을 지배하는 논리가 그의 연구를 통해 정당화된 것이다.

진화인류학을 연구해온 박한선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착각이 인간 멸종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자연에는 위계 서열이 없고, 인간도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동물이라고 단언한다. 자연에서 공존이 없는 독존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자리'는 박 교수가 오랜 시공간에 걸쳐 인간 종의 행동 전략이 어떤 환경에서 왜 진화했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유일성, 우월성이라는 인간의 오랜 편견에서 벗어나 동물 종의 하나로 인간을 연구한 기록이다.

그는 기존의 진화론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한다. 짝짓기를 예로 들면 일부 진화론자는 수컷이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진화론자는 한 사람과 백년해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가 바라본 인간은 이기적이나 다정하지 않다. 오히려 맥락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전략적인 동물이다. 인간의 본성은 하나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는 인간 본성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능으로 진화한 전략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보편적 행동에 담긴 인간의 특정 전략과 그것이 진화한 생태적 맥락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의 진화론에 도발한다. 다종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인간 이야기와 교차하며 이런 도발적인 인간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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