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떼돈 벌었는데…'세계 최대' 해운동맹 돌연 결별, 왜?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1년여 뒤면 해운 동맹을 해체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에 의한 공급망 붕괴로 해운 운임이 치솟은 덕분에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토대로 각자도생에 나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글로벌 1·2위 선사의 결별은 해운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공급망과 세계화의 패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로 번 돈, 각자 투자금으로 활용
파이낸셜타임스(FT) 22일(현지시간) "MSC-머스크 연합체 2M은 2015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컨테이너 해운업의 역학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이들 동맹의 해체 결정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사는 올해 초 "2025년 1월부로 동맹 체재를 끝낸다"고 발표했다.
해운 동맹은 특정 항로에 정기 취항하는 선박회사 간 운송 운임, 영업 조건 등을 협정하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서로 선박을 매입, 교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유해 새로운 선박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도 고객사에 더 많은 항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공동 물량 관리와 적재로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도 있다.
컨테이너 운송 산업은 과거 글로벌 경기 부침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곤 했지만, 해운사들은 동맹을 맺어 이를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2M 외에도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다양한 해운 연합체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 동맹인 2M은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량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했다.
2M이 돌연 결별키로 한 것은 코로나19 호황기에 창출한 기록적인 수익 때문이다. 데이터 업체 제네타에 의하면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단기 운임은 평균 2000달러 미만이었지만, 코로나19로 공급망이 붕괴했을 당시 9699달러까지 치솟았다. 머스크 영업이익은 지난해 302억달러였는데 이는 골드만삭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의 영업이익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해운 컨설팅기업 드루어리는 "해운사들이 2020~2022년 벌어들인 수익이 과거 60년간의 수익을 전부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탄소배출량, 미중 무역갈등…과제 '산적'
현금자산이 탄탄해지자 MSC와 머스크는 동상이몽을 꾸기 시작했다. 미래 전략에 관한 투자의 관점이 달랐던 탓이다. MSC는 122척에 이르는 신규 선박을 발주는 등 수송 선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 반면, 머스크는 육상 창고, 트럭, 비행기 등에 대한 투자를 통 물류사업 확장으로 눈을 돌렸다.
FT는 "MSC는 특유의 발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을 토대로 최근 머스크를 제치고 1위 선사로 커올랐다"고 전했다. 두 해운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53개국 중 머스크는 2019년 38개국에서 선복량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엔 36개국에서 1위를 거머쥔 MSC에 이은 2위(30개국)로 밀려났다. MSC가 2020년 그간 머스크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소렌 토프트를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영입했던 것도 해운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머스크가 물류사업 확장을 택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뒤집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빈센트 클레르크 머스크 CEO는 "코로나19 당시 공급망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물류 확대는 매우 불안정한 공급망에 대처해야 하는 대형 고객사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지난해엔 36억달러를 들여 홍콩 LF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감독 당국의 선박 배기가스 배출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데다 미·중의 무역 갈등이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는 점 등은 이들 해운사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들로 꼽힌다. 또 다른 해운 컨설팅 회사인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라스 옌센 CEO는 "전 세계 무역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대형 해운사들로서는 막대한 보유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2M의 해체 이후 어느 해운사의 전략이 정답으로 판가름날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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