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동정과 다르다" '코다의 삶' 이길보라, 전교생 21명 시골학교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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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농인이지만 불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동정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때 사회적 소수자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22일 경기 양평군 한 시골학교에서 이길보라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이길 작가는 농인인 부모에게서 자란 코다(CODA·농인의 자녀를 일컫는 말)로, 전교생이 21명뿐인 청운중 학생들에게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쓰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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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퍼시 프로젝트' 통해 학생들 공감능력 향상
(양평=뉴스1) 양희문 기자 = "부모님은 농인이지만 불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동정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때 사회적 소수자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22일 경기 양평군 한 시골학교에서 이길보라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이길 작가는 농인인 부모에게서 자란 코다(CODA·농인의 자녀를 일컫는 말)로, 전교생이 21명뿐인 청운중 학생들에게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쓰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이길 작가는 "코다라는 정체성을 찾고 확립하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두 세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존재가 나라고 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며 "이것이 저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동료로서, 친구로서, 학생으로서, 시민으로서, 나 자신으로서, 여러분도 자기 자신의 언어와 그리고 고유성이라고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고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살아 온 이길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은 아직까지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 코다로서의 삶과 그럼에도 다른 가정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담아냈다.
소수의 삶을 살아왔던 이길 작가의 얘기를 들은 학생들은 '힘들고 외로울 때 누구에게 기댔느냐'고 물었다.
이길 작가는 "부모와 저는 소수자였다. 부모에게 힘들고 어려운 점을 직접적으로 얘기할 순 없었지만, 부모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며 "모든 것을 잃어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청운중에서 하는 '엠퍼시 프로젝트'(empathy project)의 일환이다. 엠퍼시는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뜻으로, 학교 측은 코로나19로 단절된 인간관계 회복 및 사회적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읽고 토론하며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이해했다.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이길 작가도 학교 측의 섭외 제안에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사람마다 지닌 언어가 있고, 모두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은아 청운중 교사는 "이번 이길보라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이 '나'가 '너'가 될 수는 없지만 돼보려고 노력해 봄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삶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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