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가 부족해서”…마트서 반찬 훔친 6·25 참전용사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에서 6·25전쟁 참전용사가 생활고 때문에 마트에서 반찬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3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로 80대 후반 남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주거지 주변인 부산 금정구의 한 소형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7통을 비롯해 참기름 2병, 참치캔 등 8만3천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로고. [사진=부산지방경찰청]

물건이 조금씩 없어진다는 마트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범행 장면을 확인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A씨를 검거했다.

5~6평 규모의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일정 양의 물품을 구입하면서 자신의 옷 주머니에 젓갈 등을 몰려 넣어 숨겨 나오는 방식으로 반찬거리를 훔쳐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단순 생계형 절도범으로 보였지만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6·25전쟁 참전 용사로 국가유공자였다.

A씨는 “반찬 거리를 사야하는데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30년가량 선원 생활 등을 하면서 가정을 꾸렸지만, 노년에 접어들어 정부 지원금 60만원에 의존해 생활해 왔다. 배우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자녀들은 다른 지역에서 독립해 생활하고 있어 연락이 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나이가 드시며 이가 약해져서 밥을 드실 때 참기름이나 젓갈 등이 필요해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하고 국가유공자인 점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사건(20만원 이해 벌금·구류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부산진경찰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진구 내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중 80세 이상 노인이 있는 15가구를 방문해 주거지 주위 방범 진단과 범죄 노출 환경을 파악하는 등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