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능 출제위원이다” “모의평가 지문 적중”…교육연구소의 수상한 홍보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6.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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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낸 중학생용 교재 지문 일부
6월 모의평가에 나왔다고 주장
평가원 “출제 때 시중 문제집 검토,
지문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사진=연합뉴스]
대표의 ‘수능 출제위원’ 경력 등을 앞세워 문제가 됐던 한 교육 연구소에서 발간한 일부 문제집 내용이 이번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영역에서 나온 지문 일부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연구소는 이를 앞세워 홍보에 나섰다.

다른 입시학원과 모의고사 제작 업체 등도 상당수가 학원 문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모의평가에 문제가 적중했다며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앞세워 문제가 됐던 A 연구소에서 출시한 문제집이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유사한 지문이 나왔다며 연구소측이 홍보를 하고 있다.

한 연구소에서 출시한 문제집이 이번 모의평가와 유사한 지문이 나왔다고 주장한 자료. [한상헌 기자]
해당 업체는 “교재에 나오는 지문과 유사한 지문이 출제됐다”며 “어려운 내용이라도 읽어보고 내용을 파악한 지문이 나온다면 그만큼 더 쉽게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교재는 중학생을 위한 수능 국어 독해 훈련 책이라며 ‘대치동 선생님들이 선택하는 최상급 퀄리티로 수능 국어 시험과 유사한 고밀도 지문·문제’가 나온다고 소개돼있다.

이 업체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지문은 이번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공포 소구’의 개념이 등장하는 4~7번과 ‘활성화 에너지’와 ‘촉매’가 등장하는 8~11번 등이다.

EBS에 따르면 9번의 경우 오답률이 59.8%에 달해 이번 모의고사 중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다. 10번 문항도 오답률이 43.5%로 높은 편이었다. 해당 지문의 경우 올해 초 출시된 ‘EBS 수능특강’에 실리기도 해 EBS교재 연계 문항이었다. 하지만 A 연구소 문제집의 경우 2021년에 나와 EBS 교재보다 이전에 출시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문 유사성의 경우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이다. 평가원은 수능과 모의고사 전에 시중에 출판된 문제집은 미리 확인해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할 때 시중 문제집을 다 가지고 들어가고, 유사도를 다 확인하고 출제한다”며 “하지만 에세이나 문학에서 가지고 오면 지문이 같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중학 수준의 문제집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수능에서도 영어영역 23번 문항이 입시업체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신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평가원은 설명한 바 있다.

입시학원과 사설 모의고사를 제작하는 교육업체는 실제 자사 문제가 수능과 모의평가에 적중하고 있다고 수험생들에게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교육업체는 EBS 문제집에 있었던 내용을 변형한 문제가 실제 시험에 나왔다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입시학원은 이런 모의고사와 시험 해설강의 등을 학생들에게 각각 판매하는 식이다. 한 업체는 연간 30회 이상의 모의고사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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