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불법 입양' 도 넘었다…사실상 방치된 현실(종합)

박세진 2023. 6. 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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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온라인상 불법 입양'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입양을 한 사람이 아이를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도 허점이 있다.

수사 기관 한 관계자는 "불법 입양을 보내는 부모들은 대부분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 도움을 달라는 글을 올린 뒤 연락이 오는 사람과 암암리에 불법 입양을 하게 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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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익명대화방 등 통해 불법 입양 이뤄져
암암리에 이뤄져 적발 어려워…"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필요"
신생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전국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영유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온라인상 불법 입양'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당국은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후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을 찾게 돼 아이를 넘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네이버 지식iN 등을 통해 3년간 신생아 4명을 불법 입양해온 30대 여성 B씨가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B씨는 산모에게 병원비를 주거나 자신의 인적 사항으로 병원 입원과 퇴원까지 마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신생아에 대한 기록을 산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남기지 않고 입양을 보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4월에도 온라인을 통해 신생아를 불법 입양보낸 혐의(아동매매)로 20대 여성을 송치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입양'은 출산 이후 신생아가 사실상 '유령 인간'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출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생아가 어디로 입양 갔는지, 안전한지 등을 사실상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입양을 한 사람이 아이를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도 허점이 있다.

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병원이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필요하지만, 병원 밖 출생은 분만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출산 사실을 증명하는 서술서를 제출하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대구경찰청 전경 [대구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반복되는 문제에도 온라인상 불법 입양 정황은 곳곳에 남아 있다.

네이버 지식iN과 카카오톡 익명대화방 등에는 '몰래 아이를 낳아서 입양보내고 싶은데 도움을 달라', '8월 출산인 여자아이를 입양보낼테니 연락을 달라' 등의 글과 대화방이 있다.

익명대화방을 만든 한 산모는 취재진에 "출생신고 후에 민사소송을 통해서 친양자입양을 보내겠다"며 금전 거래만 없으면 불법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정식 입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입양 절차를 밟는 것은 입양특례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양측 금전 거래가 있을 경우 '아동매매'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민정 법무법인 큐브 변호사는 "합법적으로 입양이 되면, 양부모의 양육상황, 입양동기, 양육능력 등이 고려돼야 하는데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으로 입양이 이뤄지면 아이의 복리를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관계 당국의 주기적이고 적극적인 단속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태어난 경우 출생사실이 지자체에 통보되는 제도다. 이럴 경우 집에서 '나홀로 출산'하는 미혼모 등이 있을 수 있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호출산제'다.

수사 기관 한 관계자는 "불법 입양을 보내는 부모들은 대부분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 도움을 달라는 글을 올린 뒤 연락이 오는 사람과 암암리에 불법 입양을 하게 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천여명인 것으로 드러나자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두 제도는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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