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 '비밀전학' 사각지대 있는데..관련법 국회 계류

유효송 기자 2023. 6. 23. 15: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일 경우 학생의 '비밀 전학'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 부모 가정이나 학대 가해자가 부모 양측인 경우 이들이 거부하면 사실상 전학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부 전수조사 결과 지난 3월 한달 동안 7일 이상 등교하지 않은 학생 20명의 아동학대 피해 정황이 드러난만큼 관련 법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경찰청과 합동으로 진행한 '장기 미인정학생 합동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장기 미인정 결석으로 분류된 유치원생과 초등학교·중학교·특수학교 학생 총 68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초등학생이 40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813명, 유치원생 5명이다.

그 중 범죄 정황이 발견된 20명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동 4명에 대해선 이미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나머지 16명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 징후로 신고된 다른 39명은 범죄 정황이 없었다.

미인정 결석을 하는 사유는 대안교육기관을 다니거나 가정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현황 파악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기준 장기미인정 결석 학생 수는 7600여명으로 그 중 3분의 1 가량이 대안교육을 받고 있어 장기 결석자로 기록됐다. 이 밖에 해외출국과 학교부적응, 홈스쿨링 등 기타사유 순으로 장기 미인정 결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아동학대 후속 지원안 중 하나로 시행 중인 비밀전학은 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를 바꾸지 않고 보호시설 주변 등 인근 학교로 전학이나 입학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을 분리하는 방책의 하나로 제시한 비밀 전학은 부모(친권자) 1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르면 초등학생 전학을 추진하려면 보호자 1인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부모 모두인 경우거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 비밀전학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2016년 학교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호자 동의 없이 전학을 보낼 수 있는 조항을 담은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친권자 동의를 얻지 않아도 전학 가능' 조항은 개정 과정에서 빠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2021년 12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취학이 곤란할 경우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교육장, 교육감에게 비밀전학을 직접 요청하도록 하거나 학교의 장을 통해 요청할 수 있도록 하되, 해당 교육장 및 교육감으로 하여금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4월 제출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와 복지부는 '보호자 동의 없는 비밀 전학'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는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가 모두 아동학대행위자인 경우 등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취학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와 같이 예시를 추가해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도 "'편부모 또는 양친 모두의 학대가 의심되는 때 등'과 같은 구체적 예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은 부모 1명의 동의를 얻으면 비밀 전학이 가능하지만 두 명 다 가해자일 경우에는 한계가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복지부 소관 법령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비정기적으로 시행 된 것인만큼 장기 미인정 결석 사유 등은 따로 취합하지 못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나이스(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교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12월부터 매년 7·12월 두 차례 장기 미인정 결석 학생 대상 전수 점검을 정례화해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2월 조사는 9~11월 장기 미인정 결석자를 대상으로 한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