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독재자” 바이든, 대중국 견제 위해 모디 총리 인권 문제엔 눈감고 “위대한 친구” 환대

김서영 기자 2023. 6. 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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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과의 기술·국방 협력을 손에 쥐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인권 탄압 지적을 받는 모디 총리에게는 극진한 예우를 보였다. 대중국 견제라는 ‘공통 이익’을 위해 인도에 대놓고 구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국 견제’ 고리로 밀착한 미국과 인도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디 총리와 공동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으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를 두고 “21세기의 길을 결정할 수 있는 두 위대한 국가, 두 위대한 친구, 두 위대한 강대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임이사국 진출 전단계로 2028∼2029년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인도의 오랜 숙원이다.

또한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오픈랜 통신망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디 총리도 양국의 파트너십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인도는 미국 주도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여하고, 미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4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을 보내기로 했다. 또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도에서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국 간의 방산 협력이 구매-판매 관계에서 더 나아가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 공동 생산을 포함하는 관계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기 위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디 총리의 이번 국빈 방문은 미국이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여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인도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으로 꼽힌다. 중국 견제는 인도와 미국 양국의 ‘공통 이익’이다.

양국의 공동 성명은 중국을 대놓고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견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성명은 “원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미국과 인도는 다자간 체제를 일방적으로 전복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태평양에서 “강압적 행동과 긴장 고조, 힘으로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일방적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제법, 특히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UNCLOS)을 준수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해 항해와 비행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대만 문제에 관한 인도의 ‘모호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 이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직접 호명하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누가 시작했는지는 거론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으로 전쟁이 유럽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닌 대화와 민주주의의 시대”라고만 말했다. 대만해협 긴장을 두고도 “인도태평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강압과 대결의 먹구름”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시진핑은 ‘독재자’라더니 모디 인권 논란에는 눈감은 바이든

미국은 이번 일정 내내 소수 종교인 무슬림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탄압의 수위를 높여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모디 총리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마찰을 회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국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로, 인도를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로 칭하며 인도와의 관계에서 민주주의를 ‘공통 가치’로 삼으려 했던 과거 전략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 칭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의 소수자 탄압은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도와 미국은 둘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서로를 존중한다”고 옹호했다.

모디 총리 또한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역설했다. 이날 그는 2014년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소수자 권리와 언론 자유 측면에서 어떤 개선 조치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개선할 필요가 없다. 내 정부에선 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인도는 민주주의의 어머니”라고 하는 등 1시간 동안 ‘민주주의’를 17차례 언급했다.

시크교도들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방문에 반대해 시위하고 있다. 인도는 종교적 소수자에 가해지는 폭력과 위협, 임의 체포 등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두고 미·인도 외교사를 다룬 <신뢰의 문제>의 저자 미낙시 아하메드는 “미국이 인도를 띄워줌으로써 인도태평양에서의 안보에 헌신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미국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미국평화연구소(USIP) 대니얼 마키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하나, 민주주의적 가치를 무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인도 내에선 양국 관계의 진전을 주목하는 평가가 나왔다. 힌두스탄타임스는 “모디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참모들을 설득해왔다”며 “이번 국빈 방문은 양국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독재자라는 언급이 미국 정부가 이룬 미·중 관계 진전을 약화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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