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이-팔 갈등…관망하던 미국 직접 개입하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안전 문제까지
WP “미 행정부, 갈등 휘말리게 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000년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투쟁) 이후 최악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미국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은 2014년을 끝으로 양측의 분쟁을 사실상 관망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공격하며 미국산 헬기를 활용했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보복성 난동이 발생하는 등 미국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미국산 공격용 헬기가 팔레스타인 곳곳을 폭격하고,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미국 시민들로 가득 찬 마을을 난폭하게 뒤흔들었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고조되는 갈등에 휘말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지난 19일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테러 용의자를 체포한다는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부 제닌 난민촌에 병력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무장세력 간의 대규모 총격전이 펼쳐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는 이날 교전으로 팔레스타인인 6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교전이 확산할 기미를 보이자 이례적으로 미국산 아파치 헬기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충돌에서 미국산 헬기를 동원한 건 2000년 2차 인티파다 이후 처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 문제까지 더해졌다. 지난 20일 서안지구 중부 엘리에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조직원이 이스라엘인에 총기를 난사해 정착민 4명이 숨졌다. 이에 서안지구 남부 투르무스 아야에서 400여명의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에 들어가 총을 쏘고 가옥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보복을 감행했다. 문제는 투르무스 아야 거주자의 85%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타메르는 WP에 “이스라엘 정착민 난동으로 미국 영주권을 가진 내 사촌이 살해당했다”며 “왜 미국 정부는 내가 낸 세금으로 미국 시민을 죽이는 이스라엘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P는 “미국 시민권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희생됐다는 점은 미국 정부엔 부담”이라며 “미국이 사태에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진화에 나섰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1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와 협력해 이스라엘이 보유한 미국산 무기를 단계적으로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폭력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WP는 “미국 정부는 이런 진부한 말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직접 개입한 건 2014년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 주재로 평화 협상을 진행한 사례가 마지막이다.
팔레스타인 국가안보 전문가인 자카리아 알카크 알쿠드스대 교수는 NYT에 “모든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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