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가지 색안경 속…"일부가 또 폭리 취할라" 지역축제 발동동

강릉(강원)=정세진 기자 2023. 6. 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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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축제 '강릉단오제, 가격 관리하고 감독까지…"전체 이미지 악영향줄까 상인들도 조심"
지난 22일 저녁 강원 강릉시 남대천변에서 열린 '2023 강릉 단오제'에서 한 상인이 손님에게 나가기 전 4만원짜리 바베큐 접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아마 강릉 단오제에서 또 바가지 논란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폭리를 취하려는 상인들 일탈로 전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요. 정직하게 장사하는 사람들은 손해가 큽니다."

지난 22일 저녁 강원 강릉에서 열린 '2023 강릉 단오제'에서 바베큐·감자전 등을 파는 식당점포를 운영하는 김모씨(56)는 최근 '지역축제 바가지' 논란이 강릉에서도 되풀이될까 걱정했다. 상인들은 축제에 앞서 주최 측과 주요 메뉴의 가격을 일정 액수 이상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내고, 일부 폭리를 취하려는 상인들도 있어 축제 전체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남대천을 사이에 두고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난장'은 강릉 단오제의 주요 볼거리로 뽑힌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300여개 난장 중 30%는 식당과 음식을 파는 점포다.

2023강릉 단오제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강원 강릉시 남대천변을 따라 300여개 난장이 들어선다. /사진=정세진 기자


4인 테이블 20여개 이상을 차려놓고 바베큐·감자전·국밥 등을 판매하는 식당형 난장도 6~7개가 연달아 늘어서 있다. 닭꼬치, 탕후루 등을 파는 소규모 점포는 단오장 곳곳에서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형제와 함께 식당형 난장 영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56)는 "일부 폭리를 취하려는 상인들이 있는 건 분명 잘못됐지만 바가지 논란이 벌어진 후에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손님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산 돼지 반마리를 80만원에 사고 오전 9시30분부터 굽는다. 반마리를 구우면 보통 1접시에 500~600g 정도로 60접시가 나온다. 1접시에 4만원이다. '통삽겹 쪽갈비'는 4㎏짜리 통삽겹을 6토막을 내서 구운 후 한 토막을 썰어 1접시에 4만원에 팔고 있다.

지난 22일 강원 강릉의 '2023강릉 단오제'에서 판매중인 음식. 감자전은 모두 1만2000원. 왼쪽위 어묵은 1만원. 오른쪽 위 도토리묵은 초당성당에서 1만원에 팔고 있다. 신도들의 자원봉사로 참여해 주변 식당형 난장보다 가격이 낮다. /사진=정세진 기자


그는 "양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양배추를 밑에 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려면 수북하게 쌓아서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배추는 기름을 빼주기 위해 평평하게 깔고 있고 만족감이야 손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삼겹살 1인분 가격을 생각하면 바가지라는 표현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난장을 운영하는 김씨의 형은 8일간의 축제를 위해 환경부담금 등을 포함해 4인 테이블 20여개 규모 난장 사용료 명목으로 약 550만원을 강릉단오제위원회(단오위)에 냈다. 지역 축제 특성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 일당 20만~30만원을 주고 8명의 종업원을 고용했다.

단오위는 축제를 앞두고 추첨을 통해 난장을 배정받은 상인들을 상대로 가격관리에 나섰다. 돼지 바베큐 1접시 4만원·감자전 2장 1만2000원·단오주 1통에 6000원·국밥류 1만원·소주와 맥주는 5000원 등이다. 닭꼬치 등 스낵류를 파는 난장에서는 가격을 매장에 적어두도록 했다.

단오위는 메뉴판 가격대로 장사를 하는지, 중간에 난장을 임의로 양도하는지 등을 관리하고 있다. 음식을 파는 난장은 모두 강릉시로부터 임시영업허가증을 받아 관할 보건소에 영업신고 후에 세무서에 사업자 신고를 마쳤다.

김씨 난장 양옆으로 늘어선 식당형 난장의 가격도 대부분 비슷했다. 새마을 운동 강릉시지회 관계자는 "접시 크기도 어느 정도 정해져서 어느 식당에서 감자전을 더 크게 팔거나 작게 팔거나 하기 어렵다"며 "손님 취향에 따라 두께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강원 강릉시 단오제 권순성씨의 난장에 한 관람객이 감자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지역에서 커피빵 공장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권순성씨(41)는 "매장에서 파는 빵과 감자 아이스크림을 홍보하기 위해 단오제에 나왔다"며 "지역에서 장사하는 입장에서 바가지요금을 받으면 어떤 업체인지 바로 소문이 나 그렇게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신이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판매 중이라는 감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1컵에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바베큐와 감자전 등을 파는 식당형 난장은 월정사 강릉포교당 신도회·천주교 초성성당·새마을운동 강릉시지회·재강경상도민회·한국자유총연맹 강릉시지회 등 지역 주민과 요식업을 운영하는 전문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대체적으로 판매 가격이 낮은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는 입장이다. 축제를 찾은 박모씨(26)는 "싼 느낌은 아니지만 감자전 가격은 축제 같은 곳에서 다 이 정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모씨(29)는 "바베큐 양은 많지만 비싸다는 느낌은 있다"면서도 "바가지 논란 때문인지 가격관리에 신경 쓴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단오위 관계자는 "가격이 높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가 확인한다"며 "오징어순대 양이 적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어 식당에 가서 제보받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식당에서 자기들도 너무 적은 같아 하나 더 드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의한 가격을 어기면 따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지역 전체 관광업에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어 누가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인들도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2023 강릉 단오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지난 22일 강릉 단오제의 한 식당형 난장이 영업 중이다. /사진=정세진 기자

강릉(강원)=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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