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몰래 보내고 싶어요"…'불법 입양'에 손뻗는 벼랑 끝 부모

온라인서 관련 문의글 잇따라…전문가 "사회 시스템 개선 시급해"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된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온라인상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 입양'에 대해서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여러 온라인 사이트와 SNS 등에는 낳은 아이를 데려갈 곳을 구한다는 '불법 입양' 문의 게시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한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2021년 2월 자로 "부산 아기 입양 보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작성자는 "이제 곧 태어나는 아기를 비공개로 입양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느냐"며 "키울 능력이 없어서 입양 보내려고 한다"고 문의했다.

같은 사이트에는 "생후 11일 차 여자 신생아고, 건강하게 태어났다. 출생신고는 안 했고 못 하는 상황인데 도저히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아 입양 보내고 싶다"며 문의하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는 입양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식 입양 절차를 밟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출산 사실 자체를 숨기고자 하는 부모들 가운데서는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 문의 글을 올리며 '불법 입양'을 고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입양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출생 신고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작성된 이 게시글에는 "지인이 5년 전쯤 데리고 온 아이가 있다.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모에게 병원비를 주고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죗값은 달게 받겠다고 하는데 추후 아이에 대한 출생 신고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친부, 친모의 연락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인이 사정상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자녀가 두돌이 되도록 호적이 없는 상태인데 저희 부부 밑으로 데려올 수는 없을까요", "출생 신고를 하기 전 입양 보낼 방법은 없나요" 등 게시글이 다수 확인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천여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최근 알려진 가운데 사라진 아이들 일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 손에 맡겨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그나마 이들 사례는 출산 기록이 남아 있었던 덕분에 당국이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조처에 나설 수 있었지만, '병원 밖 출산'의 경우 법망을 완전히 벗어나 집계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입양'을 막기 위해 사회 시스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등 당국이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독일은 '임신갈등 상담소'를 마련해 익명 보장을 전제로 위기의 임산부, 산모들을 위한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상태인 이가 출산하게 되는 한 관련 범죄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성교육을 비롯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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