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작성한 허위 변론서 제출한 변호사 재판부에 딱 걸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 변호사에게 벌금 선고
재판부 "AI 보조 사용은 괜찮지만 통제해야" 강조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오픈AI의 AI(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쓴 가짜 변론서를 재판에 제출한 미국 변호사들이 벌금을 부과받았다. 법원이 챗GPT 때문에 모욕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P. 케빈 캐스털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챗GPT로 작성된 엉터리 변론서를 제출한 데 책임을 물어 변호사 2명에게 5000달러(약 65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캐스털 판사는 피터 로두카, 스티븐 슈워츠 등 두 변호사가 소속된 법률회사 레비도, 레비도 앤드 오버먼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들 변호사가 작성한 변론서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판례와 허위 인용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캐스털 판사는 이들이 AI가 써낸 변론서를 재판에 제출해 책임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판례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한 뒤에도 허위의견을 계속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호사들이 문제의 변론서 작성에 챗GPT를 썼다는 점을 깨끗하게 시인했다면 제재까지 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벌금을 선고받은 두 변호사는 지난 2019년 국제선 항공기에서 기내식 식판에 무릎을 다쳤다는 원고를 대리해 아비앙카 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챗GPT의 가짜 변론서는 올해 3월에 제출됐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들은 원고 측에서 주장하는 판례 등 법률적 인용 문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캐스턴 판사는 "기술적 진보가 일상이 된 마당에 믿을 수 있는 AI 도구를 보조로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는 않다"면서도 "법률 전문가가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결과물을 책임감을 갖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 변호사는 이번 벌금 선고로 망신을 당하고 소송에서 이기지도 못했다.

캐스털 판사는 이날 소송을 각하해달라는 아비앙카 항공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국제선 항공여행 소송의 유효기간 2년이 지난 뒤 이번 소송이 제기됐다는 게 각하 사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