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킹덤》 기획안 쓰면서 《악귀》도 함께 기획했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惡鬼)》의 김은희 작가가 첫 방송을 앞두고 직접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하며 '장르물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싸인》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5.5%를 기록, 첫 지상파 드라마부터 대박을 터트렸다. 《시그널》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극본상까지 휩쓴 것은 물론 일본, 태국, 중국에서 리메이크까지 되는 등 K드라마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통해 서양의 정서와는 다른 조선판 좀비를 탄생시키며, 전 세계에 '한국형 좀비물'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만큼 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김태리는 악귀에 씐 주인공 구산영 역을 맡아 김은희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춘다. 오컬트 장르 도전도 처음이다. 세상을 떠난 아빠의 유품을 받은 후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들에 휘말리게 되고,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구산영'은 선과 악이 혼재된 복합적인 인물이다. 영화 《아가씨》를 시작으로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외계+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을 거듭해온 김태리가 악귀를 둘러싸고 마주하는 섬뜩한 상황을 어떻게 그려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악귀를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은 오정세가 열연한다. 귀(鬼)와 신(神)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을 오정세 특유의 세밀한 감정 연기로 담아낸다. 이 외에도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는 형사 '이홍새' 역의 홍경 등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변신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여기에 미스터리를 가미한 멜로드라마 《VIP》로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선보였던 이정림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덕분에 오컬트적 영상미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개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답사만 수십 차례, 심혈을 기울인 공간 구현, 배우들과 치열한 논의까지, 지난 1년여 동안 《악귀》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악귀》는 2023년 여름을 책임질 웰메이드 장르물 탄생을 예감케 하는 '작감배' 3박자를 완벽히 갖추고 출발한다. 6월23일부터 매주 금·토, 디즈니+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제작진은 "오컬트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인 악귀가 주는 공포는 물론, 연달아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만드는 스릴 넘치는 긴장감, 그리고 그 서사의 이면에 감춰진 메시지까지 모두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은희 작가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치밀하게 쌓아올린 탄탄한 서사다. 드라마 《악귀》 역시 오컬트 장르에 미스터리 추적 서사를 더해 재미있는 무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악귀를 쫓는 산영, 해상, 홍새의 집요한 추적을 통해 놀라운 이야기가 한 꺼풀씩 벗겨진다. 매회 공포의 전율과 소름 돋는 재미를 선사할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악귀》에 많은 관심과 기대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민속학을 접목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가지고 돌아온 김은희 작가가 지난 2년간 작품에 쏟았던 열정의 시간과 더불어 《악귀》에 대해 직접 전했다.
《악귀》는 어떤 드라마인가.
"악귀에 씐 가난한 청춘 산영이 악귀를 볼 줄 아는 민속학자 해상과 악귀가 누군지 찾아나가는 얘기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 홀리듯 봤던 《전설의 고향》의 영향이 있어서일까. 엄청 무서워하면서도 공포물을 좋아해 왔던 터라 막연하게 한 번쯤 오컬트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킹덤》 기획안을 쓸 때 《악귀》도 함께 기획했다. 《킹덤》 대본을 쓰면서 《악귀》에도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느낌들이 녹아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작가와 연출의 호흡이 중요하다. 드라마 《VIP》로 단번에 SBS의 총망받는 라이징 작가가 된 이정림 감독이 그 주인공. 이 감독은 《악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은희 작가의 존재'를 꼽기도 했다. 그는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내가 잘 해낼 수 없는 장르일 것 같아 망설였는데 작가님과 미팅한 후, 흔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청춘, 취업 준비, 어른이 돼가는 과정 등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녹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이 섰다. 작가님은 누군가 이미 했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항상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작가님의 도전에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악귀》의 매력 포인트로는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태리를 꼽았다. 그는 "이 두 이름이면 설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지는 짜릿한 대본이 강점이다. 처음 볼 때도 한 회, 한 회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 회차를 되돌아보고 곱씹어보면 더 소름 돋는 촘촘한 구성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악귀》는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태리의 만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소감이 어땠나.
"김태리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악귀의 증조할머니도 때려잡을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씩씩하고 에너지가 커 보였다. 산영이와 싱크로율은 '1000%' 정도다. 이미지와 영상을 봤는데 '김태리는 진짜다'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 오정세와 홍경의 캐스팅이 결정됐을 때의 소감도 궁금하다.
"오정세 배우가 캐스팅되고 난 후에 대본을 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대본 얘기를 하는데 진지한 얼굴로 계속 탐구하는 모습이 딱 '염해상 교수' 같았다. 그래서 말투나 표정을 따온 부분도 있다. 산영과는 또 다른 청춘으로 '홍새'를 생각했었는데, 홍경 배우의 소년같이 맑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조곤조곤한 말투로 본인이 이해가 갈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더라. 그런 성격이 홍새처럼 경찰대 수석이 될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부분이 매우 좋았다."
평범한 공시생이었던 산영이 악귀에 잠식되면서, 그녀의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산영에게 악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산영과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악귀가 씌인다면, 그 사람은 산영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더 간절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산영에게 어떤 삶이 가장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악귀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산영이 악귀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녀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김은희 작가에게 《악귀》는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악귀는 내 마음을 흔들고, 유혹하는 '나쁜 생각'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악귀보다 더 악한 사람을 악귀로 표현하고 싶었다."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
"제목부터 무서운 드라마라고 생각하실 거다. 무서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산영, 해상, 홍새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얘기가 더 주가 되는 드라마다. 무서울 때는 잠시 눈을 감으시면 된다.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함께 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김은희 작가는 최근 남편 장항준이 소속된 소속사 미디어랩시소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김은희가 둥지를 튼 미디어랩시소에는 코미디언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수용,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감독 장항준이 소속돼 있다.
《악귀》 출연 배우들이 말하는 '김은희 작가'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란 사실만으로 예비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김은희가 곧 장르다'라는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이 촘촘하게 쌓아올린 서사 빌드업, 그래서 앞선 회차를 다시 돌려보고 곱씹게 만드는 힘은 그녀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악귀》의 주역 김태리 역시 그 포인트를 강조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이야기의 구성을 정말 잘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듬과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상황들이 쉴 틈 없이 빼곡하게 놓여있다. 그런 상황이 새로운 세계관을 인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긴장감이 늘어지지 않게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김태리는 그래서 "이야기를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가 작가님의 첫 시작이었고, 그래서 작은 이야기들이 안정적으로 큰 줄기와 잘 어우러져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정세는 이를 두고 "사건을 파헤쳐 나갈 때는 안갯속을 걷는 느낌으로 서사가 다가온다. 그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무심코 지나왔던 사건과 이야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표현했다. 홍경도 "마치 숨겨진 조각들을 찾아 붙여나가는 것처럼, 글 속에서 발견하고 찾아내야 하는 것이 많았다"며 대본을 파고들었던 기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건이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 사람들이 잊고 있던, 그래서 기억해야 할 주제 의식을 담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 김은희 작가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악귀》에서 김은희 작가가 시청자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청춘'이다. "작가님께서 첫 만남에서 말씀해 주셨던 것이 결국 시청자가 마주하게 될 이야기는 '청춘'이라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는 김태리는 그래서 여타 작품 속에서 꿈이 없는 20대 인물이 많이 그려졌지만,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란 장르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배우 본인도 궁금했다고. 오정세는 이를 두고, "악귀에 씌인 여자와, 귀신을 보면서 악귀를 잡는 남자 앞에 놓인 거대한 이야기 안에서 '청춘'이란 단어를 곱씹어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은희 작가가 지난 작품을 거치며 꾸준히 다루고 있는 주제는 바로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기리다' '기억하다' '추모하다'와 같은 말들이 예전과는 참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의미 자체가 짙어지고 깊이가 생긴 느낌"이라는 오정세는 "'기억함의 힘'이 가진 무게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청자 여러분도 우리들의 조상, 잊혀가는 역사와 사람에 대한 기억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연 김은희 작가가 이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녹여내 가슴을 울릴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6월23일 밤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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