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뒤에서 여성들 '찰칵'…퇴근길 경찰에 딱 걸렸다

김지은 기자 2023. 6. 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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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9시35분쯤 서울 성동구 한 골목길.

이준혁 경장(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 2팀 소속)은 한 남성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경장이 가리킨 남성은 전봇대 뒤에 숨어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 경장은 "팀원들에겐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일부러 소리치면서 그 사람 주위를 안끌려고 노력했다"며 "남성이 여성들 사진을 더 가까이 찍으려고 트럭 앞으로 다가갈 때 몰래 카메라구나 확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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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9시35분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골목길. 60대 남성이 전봇대 뒤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던 장소. /사진=로드뷰


"저 사람 뭔가 이상하지 않아?"

지난 18일 오후 9시35분쯤 서울 성동구 한 골목길. 이준혁 경장(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 2팀 소속)은 한 남성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날은 막내 경찰관의 시보 임기가 끝나는 날로, 이 경장을 포함한 4명의 경찰관들이 다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이 경장이 가리킨 남성은 전봇대 뒤에 숨어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 각도를 이상하게 대고 엉거주춤하게 서있었다. 이 경장은 "몸은 정면을 보고 있는데 카메라는 왼쪽에 틀어져 있어서 '불법 촬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대신 길 가는 시민인 척 남성 뒤로 다가갔다. 이 경장은 "휴대폰을 보니 남성이 무언가를 찍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다가가면 피의자가 발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경장은 "팀원들에겐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일부러 소리치면서 그 사람 주위를 안끌려고 노력했다"며 "남성이 여성들 사진을 더 가까이 찍으려고 트럭 앞으로 다가갈 때 몰래 카메라구나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는 동료 경찰들과의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 이 경장은 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같은 지구대 소속 엄예찬 경장과 함께 피의자를 검거했다. 두 사람은 피의자 휴대폰을 가장 먼저 압수했다.

그는 "요즘은 핸드폰 기술이 발달해서 사진 찍는 순간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경우가 있고 순간 SNS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피의자가 우선 SNS나 클라우드 등에 저장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민경훈 경사는 112 신고를 하면서 지원 요청을 했다. 김정민 순경은 피해 여성들에게 다가가 상황 설명을 하고 진술서 작성 등을 요청했다. 몰카범을 인지하고 검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피의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내가 예뻐서 찍는 건데 뭐가 문제 있느냐. 나중에 집에서 혼자 보려고 찍었다"고 말하며 경찰들을 밀치기도 했다.

이 경장은 "불법 촬영은 사실 모호한 게 있다"며 "피의자가 '전체적인 풍경을 찍었다'고 말하면 할말이 없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해서 휴대폰 사진 파일을 살펴봤고 평소에도 치마 입은 여성들을 몰래 찍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상습범이란 판단이 들자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60대 농업 종사자로 확인됐다. 그는 평소에도 지하철 계단 아래에서 치마 입은 여성들을 몰래 찍거나 길 가는 여성들 다리를 찍기도 했다. 남성은 현재 성폭력처벌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올해 5년 차인 이 경장은 "촬영 범죄는 SNS 상에 퍼뜨리는 순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저 사람을 잡아야겠다'라는 생각만 들었다"며 "앞으로도 남은 기간 동료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 안끼치고 경찰 본분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 2팀 소속 이준혁 경장/ 사진=본인제공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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