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과 창작의 ‘긴장’···쪼개진 시간 속에서 탄생한 예술[토요일의 문장]
이영경 기자 2023. 6. 23. 13:39
양육의 경험은 종종 분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버레이처는 “아이가 하는 지속적인 공격”이 양육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같은 공격은 그야말로 “엄마의 말하기”와 “사고하고 성찰하고 잠자고 이동하고 맡은 일을 완수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받아 구멍이 숭숭 난 자기 서사” 안으로 난입한다. 결국 근본적으로 일관성 없는 일련의 분절된 경험만이 덩그러니 남게 된다.
- 줄리 필립스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돌고래) 가운데
도리스 레싱, 수전 손태그,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앨리스 닐…. 한번에 입에 올리기도 숨이 찬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으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은 아이를 버렸다고 욕을 먹었고, 앨리스 닐은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했다고 시가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했다. 책은 이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빚어내는 긴장과 협상, 그 둘의 관계 속에 만들어지는 ‘창조적 모성’에 대해 탐색한다.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 흑인 민권운동의 수혜를 받은 이들이며 자신의 몸과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해 충분한 기록을 남겼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 임신중단, 아이들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레즈비언 관계, 폴리아모리, 개방혼 같은 다양한 친밀한 관계를 경험했다. 저자는 방해받는 주체, 자기소멸, 시간 빈곤, 죄책감, 허락받아야 한다는 느낌, 아더마더스(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돌봐주는 이들) 등의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여성 예술가들이 양육으로 겪어야 했던 ‘방해’다. 분절되고 쪼개진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 창조를 해나가야 했던 이들의 곤경과 분투를 다룬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향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명태균 만남 의혹에 동선기록 공개한 이준석···“그때 대구 안 가”
- [스경X이슈] 민경훈, 오늘 ‘아형’ PD와 결혼...강호동·이수근 총출동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IPO 혹한기’ 깬 백종원 더본코리아… 지난달 주식 발행액 5배 껑충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