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PC주의는 북한식 사고” 저격...美 우파 스타 된 탈북자
우파 단체서 월급 받고, 극우 음모론자 의원 등과 연단에 서
NYT “정치 난민이 미국 귀화한 뒤 곧바로 정계 뛰어든 희귀한 사례”
미국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박연미(29)씨가 북한의 인권유린을 세계에 고발하던 인권운동가에서, 미 진보진영을 저격하는 보수 정치 엔터테이너이자 ‘우파 스타’로 변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박씨는 2007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몽골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뒤 2011년 탈북민 TV토크쇼에 ‘평양의 패리스 힐튼’ 컨셉으로 출연해 유명해졌다. 2016년 미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로 유학간 뒤 2021년 미국 시민이 됐다.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고, 탈북 경험을 담은 회고록 ‘살기 위해’ 등이 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박씨는 최근 1~2년새 미 진보 진영과 학계의 정치적 올바름(PC)을 저격하는 유튜브·강연으로 방향을 틀었다. 컬럼비아대 재학시 ‘(영국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비판받고, 시카고에서 흑인 강도를 경찰에 신고하려다 되레 ‘인종주의자’란 비난을 받은 경험 등을 들어 “미국은 획일적 사고와 믿음을 강요당하는 북한과 똑같아졌다”고 주장했다. 또 “미 좌파 교조주의가 교육기관에 침투해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나 우파 정치행사에 나와 “힐러리 클린턴은 사기꾼·거짓말쟁이” “PC가 (남녀 구분을 금기시해)여성성을 지우고 있다”고 하는 등 이른바 ‘안티 워크(anti-woke·깨어있음에 대한 반대)’ 운동의 여전사가 됐다.
박씨는 현재 보수 기독교계 시민단체 ‘터닝포인트USA’에서 월 6600달러(860만원)를 받고 뉴욕 등 각지의 정치 행사에서 극우 음모론의 대표주자인 마저리 테일러-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등과 나란히 연단에 서고 있다. 박씨같은 정치 난민이 미 귀화 후 곧바로 미국 정치에 뛰어든 전례는 찾기 힘들다. 우파 진영은 박씨를 “매우 똑똑하고 정치감각이 있다”고 본다. NYT는 “박씨는 성인이 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언론의 조명 속에 산 사람”이라며 “미 정치판에서 돈벌이가 되는 틈새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반면 북한 인권에 관심이 없던 트럼프 정권 당시 박씨의 활동에 도움을 줬던 진보 진영은 당혹해하고 있다. 출판계와 학계에선 박씨가 그간 밝혀온 탈북 경험이나 미국에서의 경험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박씨는 “기억이 부정확하거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탈북민들도 박씨의 진실성을 옹호하고 있다. 박씨는 NYT 인터뷰에서 “(우파 스타로서의)지금의 변신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5년 뒤엔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을 쓸 수도 있다. 미국은 자유 사회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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