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중에도 대만해협 신경전은 계속…미 경비함·중 항공모함 잇따라 통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방중으로 미·중 양국이 대화와 교류 재개의 물꼬를 튼 이후에도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해양경찰국은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레전드급(Legend Class NSC) 경비함 스트래턴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해 공개적인 과대 선전을 했다면서, 중국 해경 함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혔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해경은 관할 해역에서 국가 주권과 안보, 해양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7함대도 앞서 스트래턴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사실을 공개했다. 7함대는 “스트래턴함이 지난 20일 국제법에 따라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적용되는 대만해협 내 공해상을 지나갔다”며 “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든 항해와 비행을 하며 작전을 펼친다”고 밝혔다.
미 경비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잇따라 만나고 떠난 직후 이뤄진 것이다. 블링컨 장관 방중 회담에서 양국은 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대만 문제 등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친 부장 등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임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떠나기 전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보이는 ‘도발적 행동’에 우려를 표하면서 대만이 자기 방어 능력을 갖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중국은 스트래턴함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난 21일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을 대만해협에 통과시키며 재차 대만 문제에 있어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 경비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미국의 외교적 이중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 매체에 “블링컨 장관이 떠난 직후 미 경비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고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존중하지 않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중국에 대한 미국 외교의 이중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며 “한편으로는 미·중 관계를 안정시키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일관성 없는 언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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