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위기의 지역 수산업] ⓷딜레마 빠진 수산업, 보이지 않는 탈출구

나윤상 2023. 6. 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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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오염수 비판 할수록 줄어드는 수산물 소비

국내 수산업계가 일본 원전 오염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수록 수산물 소비는 줄어드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사진은 완도 앞바다에 있는 전복 양식장 /완도 = 나윤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부 대응에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지역경제는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광주‧전남은 수산업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해 오염수 방류 위기감이 주는 악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지역 수산물 시장은 벌써부터 붕괴 조짐을 보일 정도로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더팩트>가 시름이 깊어가는 지역 수산업계 현장을 탐사하고, 그 위기적 상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더팩트ㅣ완도= 나윤상기자] "전복 양식하는 젊은 사람들은 야반도주 하고 싶은 심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다가올수록 국내 수산업자들은 커다란 딜레마에 빠졌다. 원전 오염수 위험성이 언론에 노출될수록 수산물 소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오염수 방출이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도 아니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2일 <더팩트>취재진이 완도에서 만난 전복양식업을 하는 한승남 어촌계장(64)은 "원자력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니까 무서워서 사람들이 먹지를 않는다" 면서 "소비가 줄어드니 젊은 양식업자들은 생계가 어려워져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며 한 숨을 쉬었다.

전복은 4월에서 6월까지가 산란기로 살이 오르고 가장 맛있어 출하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시기다. 6월 이후에는 태풍과 바다온도 상승으로 인한 적조현상 등이 겹쳐 생산량도 줄고 피해도 많아 1년 매출을 이 3개월이 좌우한다.

지난 4월 오염수 이야기가 나오면서 20미 기준 2만2천 원에서 1만8천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한 계장은 "1만8천 원도 큰일인데 문제는 그 가격에도 출하가 안 되고 있다. 사람들이 전복 자체를 먹지 않는다" 며 전복산업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오염수로 인해 소금 값이 상승한 반면 전복가격은 떨어져 품목에 따른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고 정부가 말하는 오염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마냥 옹호하지도 않았다.

29일 잡혀있다던 행사가 이유 없이 취소가 되었다며 보여 준 문자 / 광주 = 나윤상 기자

정부가 오염수 방출 후 조류에 의한 국내에 퍼지는 영향은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한 계장은 "조류야 그럴 수 있다지만 바다에는 울타리가 없어 물고기는 어디든 다니는 생물이다" 고 의견을 내면서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퍼지는데 인공적으로 오염을 잡는다 해도 자연의 모든 것을 잡을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국내 수산업 위기에 대해 "29일에 잡혀있던 2023년 수상관측 전망대회가 이유 없이 잠정 연기됐다. 아마 이번 대회 때 회장단들이 모이면 여러 이야기가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고 말해 정부의 소통불가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계장의 이러한 의구심은 22일 천안 수협연수원에서 전국 91곳 수협 조합장들이 모여 ‘우리 수산물 안전 캠페인 선포식’과 ‘원전 오염수 반대 결의대회’를 통해서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경우 수산물 소비 침체가 현실화 될 것을 대비해 수산물 안전성을 적극 알리는 범국민적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는 대회였지만 결국 ‘원전 오염수 반대 결의대회’는 하지 못하는 반쪽 대회가 되고 말았다.

2021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한 논문에 따르면 인공방사능 핵종들은 해양에 유입된 후 축적되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해양생물의 피폭은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동시에 이루어져 오염된 생물 섭취 시 위험해 질 수 있다.

특히, 어류 중 바닥에서 생활하는 광어, 가자미 같은 저서어류는 일반어류에 피폭량이 10⁵ 더 높게 나타났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정쟁만 하는 사이 우리 식탁에서 수산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완도 = 나윤상 기자

전남 서부 어류양식 수산업 협동조합(이하 조합) 측은 정부의 대책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조합 측은 "수협 중앙위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고 조업인들의 고충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특별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부에서도 여러 가지 환경 조사를 다양한 품종으로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며 정부 측 대책을 강조했다.

조합에서 관리하는 품목은 양식 광어로 전국 생산량의 34%를 책임지고 있어 제주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정부 측 대책을 강조하는 조합이었지만 취재진이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는 주문에 "사실은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며 속마음을 살짝 내비쳤다.

지금은 안정성이 완전한 채로 출하되어 나가지만 오염수 방류 후의 상황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조합은 "지자체는 물론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서 환경 조사와 물량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통한 조사만이 소비자들에게 안심감을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와 여당은 괴담으로 수산업을 죽이려 한다면서 야당을 공격하고 야당은 일본 편만 드는 정부라고 비난하는 사이 국내 수산업은 격랑에 휩싸인 돛단배처럼 흔들리고 있다.

완도를 떠나는 길에 만난 한 시민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를 현실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수산업을 살리는 정책은 한 가지" 라면서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닌 과학적 수치로 증명된 수산물을 소비자들 앞에 내놓는 길 뿐" 이가고 조언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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