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조용하다…이재용 등기이사는?

강산 기자 2023. 6.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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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00일…여전히 "조급하지 않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가 출범 500일을 맞았습니다. 준법위 1기가 준법경영 안착을 위한 발판이였다면, 2기는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했습니다.

2기 준법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3대 중점 과제는 1)인권우선경영 2)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경영입니다. 준법위 2기는 한종희 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등 삼성의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준법경영 문화와 개선방향을 논의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출범 500일 소회를 묻는 질문에 "준감위가 정착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이재용 회장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고 있고, 서로 협력과 견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삼성이 오락가락하면 안 되지 않냐"며 "너무 성적표 매기듯이 하지 않을 생각이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이사'는 언제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함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27일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이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 이사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 안건은 제외됐습니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이 비자금 특검 수사로 전격 퇴진한 이후, 8년 6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습니다.

임기 3년째였던 2019년 10월 재선임 안건을 따로 상정하지 않고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시기는 지난 2017년 실형 선고, 지난 2018년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2019년 10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둔 때였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고, 행동주의 펀드 등이 사내이사 복귀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어, 무리하게 등기임원 복귀를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등기임원은 미등기임원과 달리 회사 핵심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을 통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문제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 해소될 때까지 사내이사를 맡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주사 체제인 LG, SK와 달리 삼성은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준법위 2기가 외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준법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관련 논의 현황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당장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 위원장은 "형식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 큰 목표를 토대로 내실을 기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출범 500일을 맞은 준법위 2기의 존재감을 논하기에 앞서 이 위원장의 '노력'이라는 말에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동안 준법위가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겠죠. 준법위가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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