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어 훔쳤다”...한달 생활비 60만원, 참전용사의 서글픈 절도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3. 6. 23. 1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약해져 밥에 넣을 참기름등 훔쳐
제대 뒤 30년간 선원 생활 등 생계
정부 지원금 60만원으로 한달 살아
6·25전쟁 73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육군 제31보병사단에서 열린 호국보훈행사에서 장병들이 6·25 참전용사를 안내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6·25전쟁 참전 용사인 80대 남성이 돈이 없어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절도)로 80대 후반 남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여간 주거지 주변인 금정구 한 소형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캔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범행 장면을 확인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면서 “죄송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6·25전쟁 참전 유공자로 확인됐다.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30여년간 선원 생활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다. 이후 자녀들은 독립했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 노년의 삶을 살면서 정부에서 주는 60여 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 [자료=연합뉴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나이가 드시며 이가 약해져서 밥을 드실 때 참기름이나 젓갈 등이 필요해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A씨가 생활고 등을 겪은 점을 고려해 A씨를 즉결심판 청구할 방침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