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일리아스’ 대 호메로스 표현대로 ‘일리아스’[책과책사이]
호메로스 <일리아스>의 첫 원전 번역이 나온 건 1982년(종로서적)이다. ‘독보적 원전 번역자’ 평을 들었던 천병희(1939~2022, 단국대 명예교수)가 옮겼다. 천병희 번역서 중 가장 많이 팔렸다. 5만 권 넘게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숲 출판사에서 출간한다.
최근 ‘40년 만의 새 번역’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아카넷 출판사에서 나왔다. 스위스 바젤대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준석(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이 옮겼다.
이태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추천의 말에서 천병희 역과 이준석 역을 간단한 맛보기로 비교한다. ‘네 이빨 울타리를 빠져나온 그 말은 대체 무엇이냐’ ‘날개 돋친 말을 건네었다’(이준석 역)와 ‘너는 무슨 말을 그리 함부로 하느냐’ ‘물 흐르는 듯 거침없이 말했다’(천병희 역)이다.
천병희 번역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천병희도 생전 “사람들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또 한두 페이지만 읽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번역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역은 ‘네 이빨 울타리’가 뭔지 상상의 의미를 물을 수 있다. ‘희랍어 원전의 시적 언어들’을 살리려 했다. 이준석은 “왜곡 없이 전달하고만 싶었다. 그래서 어떤 시행도 한국어 화자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애써 바꾸지 않고 그저 호메로스의 표현대로 옮겨보려고 하였다”고 말했다.
어느 번역이 나을까? 이태수는 “두 번역은 모두 각각 장점에 상응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 장, 단을 비교 계량해 전체적으로 당장 어느 쪽이 더 훌륭한 번역인지 명확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건 “(우리 독서계는)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두 번역서를 선택지로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전 번역에서 천병희가 이룬 일을 떠올린다. 천병희는 “생전에 우리 독서계에 호메로스가 수용될 수 있는 자리를 확보”(이태수)했다. 이준석도 ‘옮긴이의 말’에서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며 “선생님의 노고가 없었다면, 역자는 이 번역을 시작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12221441001
https://www.khan.co.kr/culture/scholarship-heritage/article/202302011131001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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